중국 정부가 원자재 가격을 잡겠다며 시장 개입에 나선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가격 급등의 원인이 투기에 있다고 보고 정책을 편 결과 오히려 가격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실패를 가져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자재값 잡겠다"던 中…시장은 꿈쩍도 안했다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구리 알루미늄 아연 가격 상승세를 통제하겠다”고 선언한 지난달 중순 이후 최근까지 이들 산업용 금속 시세는 오히려 상승했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 가격은 지난달 중순 대비 4%가량 올랐다. 알루미늄 가격은 6%, 아연은 4%가량 뛰었다.

중국 국가식량물자비축국은 정부가 보유한 구리 등 산업용 금속 비축분을 시장에 매각하겠다고 지난달 16일 발표했다. 투기 세력이 몰려 원자재 가격이 급등했다는 판단에서 나온 대책이었다. 중국 정부는 지난 5일 구리 2만t, 알루미늄 5만t, 아연 3만t을 경매에 부쳐 시장에 풀었다. 완징쑹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국장은 “당시 입찰에는 200개 이상 기업이 응찰했다”며 “시장 가격보다 3~9% 싼 가격에 팔렸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앞으로도 비축분을 계속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엄포에도 산업용 금속 가격이 오르는 이유에 대해 시장에선 정부 개입의 한계를 들고 있다. 일단 중국 정부가 시장에 풀 수 있는 산업용 금속량이 세계 원자재 시장에 영향을 줄 만큼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달 초 경매에 나온 10만t은 중국 월 생산량의 6%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투기 세력이 원자재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판단도 잘못됐다는 평가다. 세계 산업용 금속 재고량은 20년 만에 최소치를 기록하고 있다. 실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제프리 커리 골드만삭스 원자재 리서치 대표는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원리를 이해하지 못할 때 투기 세력에서 원인을 찾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접근이 수급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중국 정부는 산업용 금속뿐 아니라 철광석 석탄 시장에서도 투기 세력을 근절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중국 내 석탄 시세는 4월 말 대비 20% 올랐다. 근본적 원인인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