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27년 만에 최대 규모 반정부 시위에 휩싸인 쿠바에 대한 제재 완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쿠바 정책 변경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최우선 과제가 아니다”고 밝혔던 백악관이 쿠바 국민들의 시위를 계기로 방향 전환을 모색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백악관은 미국인이 쿠바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하는 데 대한 제재 완화를 저울질하고 있다. 미국엔 쿠바 출신 이민자가 많고, 이들이 보내는 달러는 쿠바의 주요 외화 수입원이다. 백악관은 또 쿠바 여행 금지 완화,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미국에서 쿠바 가족들이 상봉하는 프로그램 부활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쿠바 정책과 상반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폭정’을 이유로 쿠바로의 송금, 단체 여행, 전세기 운항을 제한하는 등 쿠바 제재를 강화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쿠바에 대한 제재 완화를 검토하는 건 인도적 측면뿐 아니라 쿠바계 미국인 유권자를 의식한 측면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쿠바계 유권자는 미국 내 최대 경합주인 플로리다주에 많이 거주하는데, 지난해 대선 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에서 승리한 원동력 중 하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쿠바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직후인 지난 12일 성명을 통해 쿠바 정부를 “권위주의 정권”이라고 비판하며 시위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쿠바 정권을 향해 “스스로 배를 불리는 대신 국민의 필요를 충족시키고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라고 압박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