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가전체인 이뤘지만 온라인 시대 맞아 경영난에 회사 지배력 상실
쑤닝 '주인 없는 회사' 돼…中정부 '민관펀드' 통한 영향력 커져 '국진민퇴'
인터밀란까지 품에 넣었던 中가전신화 쑤닝 장진둥 퇴진

중국 최대 가전제품 판매 회사인 쑤닝(蘇寧)을 창업해 '가전 신화'를 쓴 장진둥(張近東·58) 회장이 퇴진했다.

13일 경제지 차이신(財新) 등에 따르면 쑤닝은 전날 밤 낸 발표문에서 장진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 앞으로 '명예 회장'을 맡는다고 밝혔다.

쑤닝은 그가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모든 권리를 행사하지 않고 회사의 중장기 발전을 위한 건의를 하거나 기업 문화 전승 등에 관한 지도를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기금보는 장진둥의 사퇴 소식을 전하면서 "한 시대가 막을 내렸다"고 제목을 뽑았다.

장진둥이 퇴진한 것은 중국 정부가 조성한 민관 펀드가 쑤닝 지분을 인수해 장 회장이 단독 지배권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잇따른 자금 수혈에도 쑤닝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자 장쑤성 정부는 국유기업인 화타이(華泰)증권과 알리바바 계열사 타오바오(淘寶)·샤오미(小米)·하이얼(海爾)·메이디(美的)·TCL 등 민영 기업이 참여하는 민관 펀드인 '장쑤 신유통 혁신 펀드 2기'를 조성해 쑤닝 구제에 나섰다.

이 펀드는 지난 9일 쑤닝에 88억3천만 위안(약 1조5천억원)을 출자하고 16.96%의 지분을 확보해 회사 3대 주주가 됐다.

민관 펀드의 출자로 지주회사인 쑤닝홀딩스 지분을 더한 장진둥 명예회장 측 지분이 24.94%에서 20.35%로 낮아져 특정 지배주주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고 차이신은 전했다.

회사 2대 주주는 19.9%를 보유한 알리바바 계열사 타오바오(淘寶)다.

지분 조정에 따라 이사회에서 3명의 독립 이사를 제외한 6명의 일반 이사 구성에도 변화가 생겼다.

경영권 가진 쑤닝 측 이사가 4명에서 2명으로 줄어들고 민관펀드 측이 임명하는 이사 2명이 빈자리를 채운다.

알리바바 측의 이사 자리 2석은 그대로 유지된다.

쑤닝은 한국의 하이마트처럼 중국 전역에 많은 대리점을 두고 전자제품 판매 사업을 벌여 크게 성공한 기업이다.

장진둥은 31세이던 1990년 고향인 난징 시내에서 10만 위안(약 1천700만원)을 들고 에어컨 판매점을 열어 사업을 시작했다.

1999년부터 전국으로 영역을 넓힌 종합 가전 판매업을 시작해 대성공을 거뒀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쑤닝은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중국을 대표하는 종합 유통 업체로 성장했다.

지난 4월 발표된 포브스의 세계 부호 명단에서 그는 74억 달러(약 8조4천억원)의 재산으로 339위를 기록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가전 유통업체가 된 쑤닝은 이탈리아의 명문 구단 인터밀란을 인수해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쑤닝은 2019년에는 프랑스 대형 유통업체 까르푸의 중국 법인도 인수했다.

그렇지만 시대의 변화가 쑤닝의 발목을 잡았다.

알리바바·징둥 등 이미 온라인 시장을 장악한 전자상거래 업체들과의 싸움은 벅찬 일이었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중국인들의 소비가 급속히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면서 알리바바나 징둥(京東)과 달리 오프라인 매장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쑤닝의 재무 상황은 크게 악화했고 결국 창업자의 사퇴로까지 이어지게 됐다.

쑤닝이 '주인 없는 회사'가 되면서 향후 이 회사의 운영에 정부 영향력이 매우 커질 전망이다.

최근 수년간 중국에서는 국영기업이 자금난이나 경영난에 처한 민영기업의 지분 전체나 부분을 인수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1978년 시작된 개혁개방의 큰 흐름과 반대로 국영 부문 확대되고 민영 부분이 축소된다는 점에서 '국진민퇴'(國進民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가 부실 회사 구제에 나서면서 과거처럼 정부 돈을 직접 들이는 대신 관련 민간 기업을 대거 동원한 '민관 펀드' 조성이라는 방식을 취한 것도 눈길을 끈다.

중국 정부는 이같은 방식을 통해 자기의 재원 조달 부담은 낮추면서도 민관 펀드를 통해 기업에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

차이신은 쑤닝 구제에 나선 민관 펀드에 가장 많이 자금을 댄 것이 기존 2대 주주인 알리바바 타오바오라면서 기존 지분 19.99%에 민관 지분 투자분까지 합치면 실제로는 타오바오가 쑤닝의 최대 주주인 셈이라고 보도했다.

아울러 장진둥 사퇴로 중국 대형 민영 기업 창업자의 사퇴 사례가 하나 더 늘어나게 됐다.

최근 수년에 걸쳐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 레노버 창업자 류촨즈(劉傳志), 황정(黃崢·41) 핀둬둬(병<재방변 붙은并>多多), 틱톡(TikTok) 창업자 장이밍(張一鳴) 등 유명 민영 기업인들이 각자 다양한 이유로 회사를 떠났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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