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빅테크 기업의 해외증시 상장을 규제하려는 중국 정부의 움직임이 향후 45조달러(약 5경1556조5000억원)의 손실을 감수하는 행위란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싱크탱크인 애틀랜틱카운슬의 프레드릭 캠프 회장은 10일(현지시간) CNBC 기고문을 통해 '중국의 우버'로 불리는 승차공유 업체 디디추싱의 뉴욕 증시 상장으로 촉발된 중국의 빅테크 규제 추세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디디추싱이 중국 정부의 반대에도 지난달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을 강행하자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와 규제에 착수했다.

캠프 회장은 "디디추싱 사태는 중국의 다른 빅테크 기업들로 확장될 것이 분명하다"며 "중국 내부 정치가 점점 더 권위주의로 흐르고 있고, 미중 분쟁이 가속화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사태 이후 중국 의료정보업체 링크닥이 처음으로 미국 시장 기업공개(IPO)를 포기하는 등 중국 기업들의 후퇴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는 "디디추싱 주가가 폭락하는 등 단기적인 투자손실은 발생했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때 옹호했던 시장자유주의로부터 돌아선 것은 더 큰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듐그룹 분석에 따르면 공산당이 빅테크 기업의 해외 증시 상장을 제한하는 등의 내부개혁을 계속 추진할 경우 2030년까지 중국이 자본흐름에서 45조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입을 것으로 관측됐다.

로듐그룹 창립 파트너이자 애틀랜틱카운슬 선임연구원인 대니얼 로젠은 "시 주석 체제의 중국은 여러 경제개혁을 계속 시도했지만,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 집권 기간 동안 중국 총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225%에서 276% 이상으로 증가했다. GDP 성장률은 코로나19 대유행 전에 이미 9.6%에서 6%로 떨어졌다.

로젠 연구원은 "어느 시점에는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이 정치적 전능력과 지속가능한 경제효율성은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트레이드오프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캠프 회장은 "역사적으로 두 가지를 다 누릴 수는 없지만, 현재 시 주석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시장역동성을 감수할 용의가 있는 걸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