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 전철역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최근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 전철역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글로벌 자산시장의 벤치마크로 활용되는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8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더 떨어졌습니다. 전날보다 0.03%포인트 하락한 연 1.30%로 마감했습니다. 연내 2.0%를 넘어설 것이라던 시장 예상과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 국채 금리는 1년짜리부터 30년짜리까지 기간을 가리지 않고 일제히 추락하고 있습니다.

국채 금리가 떨어지면 나스닥 지수가 오르던 ‘역동조 현상’도 깨졌습니다. 나스닥 지수는 이날 0.72% 밀렸습니다. 물가 상승 우려가 둔화된 건 긍정적이지만 경기 하강 가능성이 강력하게 대두된 데 따른 영향입니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델타 변이’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분석됩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폴 오핏 자문위원은 “백신을 시작하지도 못한 국가들이 적지 않다”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향후 2~3년간 더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지금과 같은 사태가 2024년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겁니다.

메건 래니 브라운대 교수는 “백신이 보호막을 쳐주지 못하는 또 다른 변종이 탄생하는 것도 시간 문제”라고 했습니다.

다만 당분간 미국 내 조기 긴축 전망은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이날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003년 이후 처음으로 ‘2%’로 상향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ECB의 직전 목표치는 ‘2% 바로 밑’이었습니다. 물가 목표를 높여 더 오랫동안 완화적 통화 정책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아래는 오늘 아침 한국경제TV ‘굿모닝 투자의 아침’과의 생방송 인터뷰 내용입니다.

▶먼저 마감한 미국 증시의 주요 특징을 짚어 주시죠.


개장 초부터 밀리기 시작한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결국 0.7~0.9% 하락세로 마감했습니다. 전날까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해온 데 따른 피로감과 함께 글로벌 경기 둔화 전망이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벤치마크로 쓰이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이날 연 1.24%까지 추락했다가 1.30%로 장을 마쳤는데, 이 역시 경기 둔화 가능성을 반영한 겁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와 S&P 500, 나스닥 등 3대 지수는 일제히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제공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다우와 S&P 500, 나스닥 등 3대 지수는 일제히 급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제공
갑자기 경기 하강 전망이 대두된 건 인도발 델타 변이 때문입니다. 강력한 전염력을 갖고 있는 델타 변이가 각국에서 지배종으로 올라서면서, 추가 봉쇄 조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미국의 고용 지표도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주의 신규 실업수당 청구자 수는 전주 대비 2000명 늘어난 37만3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35만 명)보다 많았습니다.

월가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 변동성지수(VIX)는 17.28% 급등한 19.00을 기록했습니다.

▶델타 변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백신 효과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현지 상황과 함께 주요 일정까지 종합해서 말씀해주시죠.


화이자 모더나 등 기존 백신의 변종에 대한 효과에 대해선 실증 기관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 코로나에 대해 95%의 면역 효과를 입증했던 화이자를 놓고 이스라엘 보건부가 자체 임상 시험을 진행한 결과 델타에 대한 예방 효과가 64%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영국 연구진은 화이자의 델타 예방률이 88%, 캐나다 연구진은 87%라고 각각 발표했습니다. 엄격한 환경에서 대규모로 진행하는 임상 시험과 달리, 각국 연구진 시험엔 여러 변수가 개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면역 효과가 제각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백신의 델타 변이에 대한 효과는 상당히 뛰어난 수준이란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그동안 델타 변이는 백신이 광범위하게 배포된 미국에서 큰 위협이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위력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미국 내 50개 주 가운데 절반 정도에선 최근 확진자 수가 10% 이상 늘었고, 그 중 절반 이상이 델타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로런스 고스틴 세계보건기구(WHO) 국가·글로벌 보건법 협력센터장은 “미국에서 백신 접종률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가을에 대규모 유행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실내 마스크 의무화와 거리두기 등 조치가 재도입될 수 있을 것으로 봤습니다.

델타 변이가 워낙 극성을 부리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도 당분간 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에서 백신을 1차라도 접종한 사람은 8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전체 인구 대비 55.2%를 기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제공
미국에서 백신을 1차라도 접종한 사람은 8일(현지시간) 기준으로 전체 인구 대비 55.2%를 기록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제공
다음주엔 중요한 경제 지표들이 줄줄이 나옵니다. 우선 6월의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화요일인 13일 오전에 발표됩니다. 미 소비자 물가는 지난 4월에 작년 동기 대비 4.2%, 5월에 5.0% 각각 급등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했습니다.

6월 물가는 전달보다는 소폭 낮아졌을 것이란 게 시장의 관측이지만, 예상보다 높을 경우 또 다시 조기 긴축 우려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시장 예측을 밑돌면 긴축 우려가 후퇴하면서 새로운 주가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달 27~28일의 FOMC 정례회의를 앞두고 14일에 베이지북이 공개됩니다. 베이지북은 FOMC에 참석하는 통화정책 위원들이 경기 상황을 판단하는 기초 자료입니다. 베이지북에서 현재의 경기 상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다음주 예정된 주요 경제 지표 일정>

13일(화) 소비자 물가지수(6월, 전달엔 5월 대비 0.7% 상승) / 근원 CPI(6월, 전달엔 5월 대비 0.6% 상승)

14일(수) 베이지북 / 생산자 물가지수(6월, 전달엔 5월 대비 0.8% 상승)

15일(목)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 / 수입물가지수(6월, 전달엔 1.1% 상승) /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7월, 전달엔 17.4) / 필라델피아연방은행 제조업지수(7월, 전달엔 30.7) / 산업생산(6월, 전달엔 0.8%)

16일(금) 소매판매(6월, 전달엔 -1.3%) / 소비자 태도지수(7월, 전달엔 85.5)

다음주부터 2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화합니다. 분기 직후 가장 먼저 실적을 내놓는 곳이 주로 금융권인데, 미 최대 은행인 JP모간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웰스파고, 골드만삭스 등이 성적표를 내놓습니다.

또 펩시코과 델타항공도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데, 경제 재개 효과가 얼마나 컸는지 확인할 수 있을 전망입니다.

<다음주 2분기 실적 발표하는 기업들>

13일(화) 펩시코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14일(수) 델타항공 블랙록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웰스파고 찰스슈왑 PNC파이낸셜

15일(목) 모건스탠리 알코아 BNY멜론 프로그레시브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