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디추싱 등 국가안보 심사에 된서리
알리바바·징둥·핀둬둬 등 일제히 하락
"본토·홍콩에 돌아오라는 중국당국 신호"
중국규제 여파…'미국증시 상장' 중국기업 주가 1년만에 최저
중국 당국이 민감한 데이터를 많이 보유한 자국 기술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의 주가가 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9일(현지시간)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증시에 상장된 56개 중국기업으로 구성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BNY 멜론 차이나 특별 예탁증권 지수'(S&P/BNY Mellon China Select ADR Index)는 전날 2.9% 하락했다.

이에 따라 이 지수는 지난해 7월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최대 상장업체인 알리바바 그룹(Alibaba Group Holding Ltd)의 주가는 3.9% 하락하면서 202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200달러(약 23만원)를 하회했다.

징둥(JD.com Inc)과 핀둬둬(Pinduoduo) 주가가 각각 2.49%와 1.38% 떨어졌고, 전기차 업체인 웨이라이(蔚來·Nio)는 0.96% 하락하면서 사상 최고였던 지난 2월 중순과 비교하면 하락 폭이 36%에 달했다.

이는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을 비롯해 미국 상장 자국 기업에 대한 중국 당국의 단속 때문이다.

중국의 사이버 감독 기관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 산하 인터넷안보심사판공실은 지난 2일 밤 디디추싱에 대한 국가안보 심사 방침을 밝혔다.

화물차량 공유서비스 업체 만방그룹과 온라인 구인·구직 서비스 BOSS즈핀 등 민감한 데이터를 많이 보유한 다른 기술 기업도 안보 심사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중앙정부인 국무원은 지난 6일 밤 공동으로 '증권 위법 활동을 엄격히 타격하는 데 관한 의견(지침)'을 발표했다.

당·정은 지침에서 향후 국무원이 자국 주식회사가 외국에서 주식을 발행해 상장하는 것에 관한 특별 규정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자국 주무 기관의 감독 책임을 확실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정은 또 해외 주식 발행 및 상장과 관련된 비밀 유지에 관한 규정과 데이터 안보, 국경을 넘나드는 데이터 유통, 비밀 정보 관리 등에 관한 규정도 서둘러 완비함으로써 해외 상장 기업들의 안보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중국규제 여파…'미국증시 상장' 중국기업 주가 1년만에 최저
중국은 이번 지침을 발표하면서 특정 국가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미국 증시 상장 제한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은 특히 가변이익실체(VIE·Variable Interest Entities: 지분관계는 없지만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기업) 기업에 대한 오랜 규제를 개정하는 방안을 진행 중이다.

VIE는 기업 지배구조의 한 모델로서, 중국 기업들이 정보기술(IT) 등 특정산업에 대한 당국의 외자 제한을 회피하기 위해 사용하고 있다.

다만 새 규정이 이미 미국 증시에 상장된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불확실하다.

알리바바를 비롯해 미국에 상장된 많은 중국 기업들은 미국 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잃을 때를 대비해 홍콩 증시에도 상장돼 있다.

이에 따라 미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이 앞다퉈 홍콩이나 중국 본토 증시 상장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싱가포르 메이뱅크 그룹 웰스 매니지먼트의 시니어 투자 전략가인 에디 로는 "(중국) 정부는 (미 상장 중국기업의) 정보 양도, 국가 안보에 대한 영향 등을 우려하고 있다고 표현했다"면서 "이는 기업들에 다시 돌아오라는 암시"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