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MZ세대(1980~2000년대생) 눈높이에 맞춘 소비재 기업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중국 공산당이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 길들이기에 나서면서다. 소비재 기업이 반사 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데다 자국 브랜드를 육성하는 중국 정부 방침까지 겹치면서 수년 안에 기술기업 분야 투자금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 MZ세대 겨냥한 소비재 성장세

빅테크 규제 반사이익…中 'MZ 소비재' 뜬다
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투자분석회사 프레킨은 수년 내 중국 소비재 스타트업의 투자 규모가 기술기업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18년 이후 중국 정보기술(IT) 스타트업 등에 투입된 자금은 1120억달러(약 128조6900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소비재 기업은 절반을 조금 넘는 620억달러를 투자받는 데 그쳤다. 마케팅업체 차이나스키니의 마크 태너 이사는 “정부가 규제를 강화하면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기술 분야 투자 장벽이 높아졌다”며 “식음료 패션 레저 등 소비재 분야에 정책 지원이 쏠리면서 투자자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싸고 질 나쁜 제품’이라는 중국산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자국 브랜드 육성에 힘쓰고 있다. 2017년부터 매년 5월 10일을 중국 브랜드의 날로 지정한 데 이어 온·오프라인을 융합한 ‘신소비’ 기업을 집중 지원하고 있다. 나이키 코카콜라 등에 맞서는 글로벌 챔피언을 키우는 게 목표다.

정부 지원과 소비 확대가 맞물리면서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소비재 기업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JD)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브랜드 성장률은 글로벌 브랜드보다 6%포인트 높았다. 화장품기업 퍼펙트다이어리는 중국 색조 화장품 시장에서 로레알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식품회사 페이허는 분유시장에서 1위로 올라섰다.

소비재 기업으로 몰리는 투자금

투자자들의 관심도 커졌다. 작년 11월 중국 화장품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나스닥시장에 진출한 얏센(퍼펙트다이어리 모회사)은 C(중국)뷰티의 상징으로 불린다. 중국 소비재 굴기를 보여주며 미국 사모펀드 워버그핀커스, 중국 최대 투자전문회사 힐하우스 등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완구업체 팝마트는 지난해 12월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하면서 6억4400만달러를 조달했다. 찻집 체인점 헤이티는 미국 IDG, 중국 세쿼이아차이나 등이 투자하면서 기업가치가 92억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쟁사인 나유키도 지난달 홍콩증시 상장 후 6억5600만달러를 모금했다. 겐키포레스트에 투자한 워버그핀커스차이나의 프랭크 웨이 대표는 “10년간 중국 브랜드 황금기가 펼쳐질 것”이라며 “MZ세대가 업계를 재편하고 있다”고 했다. 겐키포레스트는 차세대 코카콜라를 표방하며 2016년 출범했다. 5년 만에 중국의 대표 음료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정부 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는 기술과 교육 분야에 비해 소비재 분야는 정책 리스크가 낮다는 것도 투자자에게는 장점이다. 차량 호출업체 디디추싱 등 IT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의료 인공지능(AI)업체 링크닥은 최근 미국 기업공개(IPO) 절차를 중단했다.

디지털 시장에서 성장한 인플루언서 등이 신흥 기업가로 변신하면서 새 브랜드가 탄생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SNS와 라이브스트리밍 플랫폼 시장이 커지는 것도 소비재 기업에는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봤다. 라이브스트리밍 판매 시장은 중국에서 올해 25% 성장해 1조2000위안(약 176조97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쉽게 성장하고 빠르게 식는 시장 분위기가 거품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온라인 팔로어만 18만 명에 이르던 에이핑크베이비는 아이섀도 판매업체로 변신했지만 올해 초 파산했다. 높은 성장세를 이어오던 중국의 내수시장 성장률이 주춤해진 것도 투자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