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8일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로 상향 조정했다. ECB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조정한 것은 18년 만이다.

ECB 이사회는 이날 새 통화정책전략을 발표하면서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2%로 잡는 것이 물가 안정을 유지하는 데 가장 좋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물론 2%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며 “플러스나 마이너스 쪽으로 약간의 일시적인 편차는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앞으로 물가상승률이 때때로 목표치를 웃돌더라도 이를 받아들인다는 얘기다. 라가르드 총재는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목표치에서 상당한 이탈이 발생해 강제적인 조치를 취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CB의 임무는 중기적 관점에서 물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ECB는 물가상승률이 ‘2%를 밑돌면서 근접한 수준’일 때 목표치가 달성됐다고 판단했다. 기존 목표치는 2003년 설정된 것으로 당시에는 고물가에 대응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 하지만 세계화와 디지털화 등으로 물가 상승이 억제되면서 기존 목표를 유지할 명분이 사라졌다.

ECB는 지난해 1월 인플레이션 목표 조정을 검토하는 작업에 착수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결정을 미뤘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기 반등을 위해 일시적인 물가 상승을 유도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면서 인플레이션 목표를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쪽에 다시 힘이 실렸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