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법인서 10명 이상 월가 경쟁사로 옮겨…추가 이탈 가능성
'아케고스 직격탄' 크레디트스위스서 고위간부들 엑소더스
한국계 미국인 투자자 빌 황의 아케고스캐피털과 거래하다 가장 큰 손해를 본 스위스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에서 고위 간부들의 '엑소더스'가 벌어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크레디트스위스 미국 법인에서 다수의 고위 인사가 지난주 사직 의사를 통보했고, 이직을 고려 중인 간부들이 더 있다고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들이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 미디어·텔레콤팀의 공동 책임자였던 에릭 페더먼이 영국계 은행 바클리로, 글로벌산업팀 공동 책임자였던 스파이로스 스보로노스가 금융자문회사 라자드로, 글로벌에너지 부문장이었던 브라이언 매케이브가 JP모건체이스로, 사모펀드 업무를 담당하던 브래드 데이비드가 투자금융 자문사인 에버코어로 각각 자리를 옮겼다.

이들을 포함해 아케고스 사태 후 크레디트스위스 미국 법인에서 월가의 경쟁사들로 이동한 간부가 10명을 훨씬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 대형은행 웰스파고는 크레디트스위스의 기술투자금융팀과 자본시장팀 소속 인력을 대거 스카우트하려다 최근 협상이 결렬됐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크레디트스위스에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업무를 이끌며 올해에만 회사에 5억달러 이상을 벌어다 준 니론 스타빈스키는 제퍼리 금융그룹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빈자리들을 메우기 위한 크레디트스위스의 인력 보강 작업도 빨라지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전날 골드만삭스 출신의 조앤 해너포드를 신임 최고기술·운영책임자로 영입했고, 이밖에 최소 2명의 임원급 인사를 신규 채용했다고 WSJ은 전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아케고스와 거래하던 투자은행 중 가장 많은 55억달러의 손실을 냈다.

아케고스는 글로벌 투자은행들과 파생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 등을 통해 대규모 차입거래를 하다가 투자한 주식들의 가격 급락에 따른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부 요구)을 감당하지 못해 무너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