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코미디언 빌 코스비(83)에게 내려졌던 성폭행 유죄 판결이 뒤집혔다. 그는 복역 2년 만에 석방되며 자유의 몸이 됐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펜실베니아주 대법원은 성폭력 혐의로 최고 10년형을 받고 복역 중이던 코스비에 대한 유죄 선고를 기각하고 석방을 명령했다.

다수의 현지 매체들은 "2년 넘게 복역 중이던 코스비는 판결이 나온 즉시 석방돼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타고 교도소를 떠났다"고 보도했다.

앞서 코스비는 2004년 필라델피아 교외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모교인 템플대학교 교직원인 안드레아 콘스탄드에게 약물을 먹여 정신을 잃게 한 뒤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로 2018년 징역 3~10년형을 선고 받았다.

대법원이 약 2년간 복역해 온 그를 석방하기로 한 것은 혐의에 대한 부인이 아닌, 재판 과정을 문제로 봤기 때문이다. 코스비가 공정한 사법절차를 누리지 못했다는 것.

현지 매체에 따르면 브루스 캐스터 주니어 전 몽고메리카운티 지방검사장은 2005년 콘스탄드 사건을 조사한 뒤 코스비를 형사 기소하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코스비를 '성폭력 관련 진술에 대해 기소하지 않겠다'고 설득해 유죄 진술을 받아내 기소했다.

코스비는 검사장의 약속을 믿고 민사 재판에서 자신이 여성들과 성관계를 하기 위해 약물을 준 사실을 인정했다. 이후 후임자인 케반 스틸 현 몽고메리카운티 지방검사장이 2015년 12월 코스비의 민사 재판 증언 등을 근거로 그를 성폭력 혐의로 기소했다.


이와 관련해 데이비드 웩트 펜실베이니아주 대법관은 "정당한 법 절차 위반이 밝혀진 만큼 코스비를 이전의 상태로 완전히 되돌릴 수 있는 구제법을 찾아야 한다"며 "유죄 선고 기각과 함께 특정 혐의에 대해 향후 어떤 기소도 금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코스비는 1980~90년대 시트콤 '코스비 가족' 등을 통해 '국민 아버지'라는 별칭을 얻으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수많은 여성이 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해 파장이 일었다. 그가 1960년대부터 주변 여성 최소 60명에게 약물을 먹이는 방식을 통해 성폭행했다는 고발이 이어졌다. 그 중 공소시효를 넘지 않은 콘스탄드 사례에 대해서만 기소됐다.

그렇게 코스비는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 여파로 처음으로 법정에 선 유명 인사가 됐고, 방송가에서도 퇴출됐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