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전자상거래기업 아마존이 ‘아마존 킬러’로 불리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게 반기를 들었다.

아마존은 “리나 칸 FTC 위원장이 아마존의 반(反)독점 조사에 관여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30일(현지시간) FTC에 기피신청을 했다. 아마존은 신청서에서 “아마존에 대한 칸의 과거 행보를 감안할 때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FTC는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기관으로, 기업의 독과점과 불공정거래 문제 등을 담당한다. FTC는 아마존의 영화 제작사 MGM 인수 계약이 반독점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MGM 인수 건 외에도 FTC는 아마존의 여러 독점 문제를 광범위하게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아마존에 칸 위원장은 가장 대적하기 어려운 상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칸은 예일대 로스쿨에 재학 중이던 2017년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이란 논문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미 하원 법사위원회 반독점 소위에 참여해 빅테크(대형 기술기업) 독점 문제를 비판하는 보고서 작성에 관여했다.

아마존 등 빅테크가 독점을 통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다는 주장을 견지해온 칸은 ‘아마존 킬러’라는 별명을 얻었다. 칸이 역대 최연소인 32세에 FTC 위원장에 오른 데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빅테크 견제 의지가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기업들이 여러 이유를 들어 FTC 위원이나 위원장이 자사 문제를 다루는 데 부적격자라고 주장하는 일은 종종 일어난다. 하지만 받아들여진 사례는 많지 않다. 2007년에는 구글, 2010년에는 인텔이 특정인을 기피하는 신청을 냈지만 FTC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