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캐나다 서부지역이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리턴은 29일(현지시간) 기온이 섭씨 49.5도까지 치솟아 캐나다 기상 관측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번 폭염으로 캐나다 서부에서만 최소 69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캐나다 환경기후변화부는 이날 트위터에 “오후 4시20분 리턴 관측소의 기온이 49.5도(화씨 121도)를 나타내며 사흘 연속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밝혔다. 캐나다 밴쿠버에서 동쪽으로 약 250㎞ 떨어진 리턴 지역은 전날에도 47.9도까지 올랐다. CNN 기상 예보관 마이클 가이는 “이 지역에서 기상 관측이 시작된 것은 1800년대 후반”이라며 “이번 폭염이 100여 년 만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도 급증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번 폭염으로 밴쿠버 등 캐나다 서부에서만 최소 69명이 사망했다. 이날 캐나다 연방경찰(RCMP)은 밴쿠버와 인근 도시에서 최근 24시간 동안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이만큼 나왔다며 대부분은 고령층이거나 기저질환이 있었다고 밝혔다.

CNN은 “최근 나흘간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 보고된 사망자 수가 233명”이라며 “기존 나흘간 평균 사망자인 130명을 훌쩍 넘는다”고 전했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CNN은 덧붙였다. 북미 서부의 살인적 폭염은 이른바 ‘열돔’이 이 지역에 자리잡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고기압이 제트기류를 캐나다 북부로 밀어내면서 열이 갇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 국제공항은 이날 기온이 46.7도까지 올랐다. 워싱턴주 시애틀도 최근 사흘간 40도가 넘는 기온을 기록 중이다. 이 지역의 극심한 폭염으로 각종 사고도 발생하고 있다. 워싱턴주, 오리건주 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아비스타는 2만2000여 명이 정전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포틀랜드에서는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기선이 녹아 경전철과 트램 운영이 중단됐다. 시애틀에서는 고속도로가 뒤틀리기도 했다.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농산물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북미지역의 옥수수, 카놀라 생산량이 크게 줄어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워싱턴주에 밀집한 체리 농가에도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 전문가들은 북미 서부지역 폭염이 상황에 따라 다음주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