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이어진 내전…반군이 티그라이 주도 장악
노벨평화상 수상자 아머드 총리에 국제사회 비판 가중

아프리카 북동부 에티오피아에서 총성이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에티오피아 정부가 최근 내전 중인 북부 티그라이의 주도 메켈레에서 반군에 밀린 뒤 휴전을 선언했지만 티그라이 집권 정당 티그라이인민해방전선(TPLF)은 이를 거부했다.

작년 11월 초 티그라이 내전이 벌어진 지 거의 8개월이 지나면서 사태 해결의 돌파구는 보이지 않고 인도주의 위기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비 아머드(44) 에티오피아 총리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도 지속되고 있다.

에티오피아 휴전 선언에도 반군은 거부…끝나지 않는 학살 비극
◇ 기세 오른 반군 "계속 싸운다"…연방정부 휴전 선언 일축
티그라이 반군이 연방 정부군의 공격에 끈질기게 맞서면서 내전 앞날을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TPLF 병력은 지난 28일(현지시간) 메켈레를 점령했다고 발표했고 이곳에서 친(親)정부 성향 임시정부가 반군에 의해 축출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반군에 밀린 에티오피아 정부는 "조건 없고 즉각적이며 일방적인 휴전이 오늘부터 시작된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TPLF은 전투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TPLF 대변인은 다음날인 29일 로이터 통신에 "모든 영토에서 적을 계속 쫓아낼 때까지 우리 병력이 여전히 남쪽과 동쪽으로 추격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CNN은 TPLF의 메켈레 점령에 대해 "8개월 내전 상황이 놀랍게도 돌변했다"고 전했다.

작년 11월부터 이웃 국가 에리트레아의 지원까지 받는 에티오피아 정부군이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펴면서 TPLF 지도부는 산악지대 등에 은신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TPLF는 게릴라 전술을 펴면서 에티오피아 정부군을 계속 괴롭히고 있는 셈이다.

TPLF는 주민들의 지지에 힘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CNN은 TPLF가 메켈레를 장악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민 수천명이 거리로 뛰쳐나오고 밤까지 폭죽을 터뜨리며 환호했다고 전했다.

이후 메켈레에서는 전화와 인터넷이 중단됐고 TPLF는 에티오피아 정부가 통신 수단을 끊었다고 비난했다.

에티오피아 휴전 선언에도 반군은 거부…끝나지 않는 학살 비극
◇ 비극에 절망하는 주민들…성폭행에 수십만명 기근
티그라이 내전은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작년 11월 아머드 총리는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던 TPLF 병력이 연방군 캠프를 공격했다면서 진압 작전을 개시했다.

아머드 TPLF는 2018년 아비 총리가 집권한 뒤 자신들이 부패 세력으로 내몰렸다며 반발해왔으며 양측의 갈등은 TPLF가 작년 9월 중앙정부가 불법으로 규정한 단독 지방선거를 강행하면서 심화했다.

특히 아비 총리가 2019년 12월 번영당(PP)을 새로 출범시키자 수십년간 에티오피아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해온 TPLF의 위기감이 커졌다.

에티오피아 정부군과 TPLF가 권력을 둘러싸고 싸우는 사이 국민의 고통은 불어났다.

티그라이에서는 지금까지 수천명이 숨지고 수십만명이 피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22일에는 에티오피아 정부군이 메켈레의 토고가 시장을 공습하면서 어린이를 포함해 최소 64명이 숨졌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정부군이 티그라이 주민을 집단으로 학살한 정황이 발견됐고 티그라이 여성들이 정부군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다는 신고가 이어졌다.

유엔은 티그라이에서 약 35만명이 기근 상태에 놓인 것으로 추정한다.

에티오피아 휴전 선언에도 반군은 거부…끝나지 않는 학살 비극
◇ 무기력한 국제사회…노벨상 수상자 아머드 총리의 추락
국제사회는 에티오피아 내전에 대한 우려를 지속해서 표명했지만,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28일 아머드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에티오피아에서 적대 행위가 효과적으로 중단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번 주 에티오피아 내전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가 전했다.

앞서 미국, 아일랜드, 영국이 유엔 안보리의 긴급 소집을 요청했다.

다만, 유엔 안보리가 에티오피아 평화를 위한 조치를 내놓을지 미지수다.

여러 아프리카 국가와 중국, 러시아 등은 티그라이 내전을 에티오피아 내정으로 보고 있다.

한때 평화 중재자로 국제사회로부터 칭찬을 받았던 아머드 총리는 비판의 대상으로 추락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티그라이 내전이 아머드 총리를 침울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아머드 총리는 2019년 오랫동안 국경분쟁을 겪은 에리트레아와 에티오피아의 화해를 일군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고 젊은 지도자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티그라이 내전의 지속으로 국제 여론을 무시하고 잔인한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도덕성에 큰 흠집이 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