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개 지원 선언 이어 인도는 이례적으로 탈레반과 접촉
인도·중국, 이번엔 아프간서 경쟁?…앞다퉈 영향력 확대 모색
지난해 국경 문제로 충돌한 인도와 중국이 이번에는 미국이 발을 빼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앞다퉈 영향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이 공개적으로 대대적인 아프간 지원을 약속한 가운데 인도는 이례적으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과 접촉하고 나섰다.

24일 더힌두 등 인도 언론과 외신을 종합하면 인도 정부 관계자는 최근 카타르 도하에서 탈레반 측과 은밀하게 만났다.

도하는 탈레반의 대외 창구인 정치사무소가 있는 곳으로 최근에는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 간의 평화협상이 열리기도 했다.

인도 정부와 탈레반 간의 접촉 사실은 카타르 정부의 반테러 관련 외교부 장관 특사인 무틀라크 빈 마제드 알 카흐타니가 최근 공개 석상에서 언급하면서 알려졌다.

인도 정부는 그간 '앙숙'인 파키스탄과 밀접하다는 점 등으로 인해 탈레반을 공식 외교 상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신 아프간 정부만 상대하며 학교, 도로, 병원 등 현지 인프라에 3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이 때문에 이번 인도 정부와 탈레반 간 접촉은 상당히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인도 언론은 "인도 외교 정책의 큰 변화"라고 분석했다.

이같은 조짐은 미국이 아프간 철군을 본격화하면서 감지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2월 탈레반과 평화합의에서 올해 5월 1일까지 아프간에서 철군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고, 후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9월 11일 이전에 철군을 끝내겠다고 지난 4월 선언했다.

와중에 인도 외교부 대변인인 아린담 바그치는 지난 10일 "인도 정부가 탈레반과 만나고 있느냐"는 질문에 "아프간의 여러 이해당사자와 접촉 중"이라며 이를 간접 시인하기도 했다.

인도가 탈레반과 접촉에 나선 것은 현지에서 탈레반의 영향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탈레반은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군의 침공으로 정권을 잃었지만 이후 아프간 국토의 절반 이상으로 다시 세력을 확대했으며 최근에는 점령지를 더 늘리는 중이다.

카흐타니 특사는 인도와 탈레반 간 접촉 이유에 대해 "탈레반이 아프간의 미래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스트레이츠타임스는 남아시아의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프간 정세는 인도의 안보 등 여러 면에서 중요하다고 밝혔다.

인도·중국, 이번엔 아프간서 경쟁?…앞다퉈 영향력 확대 모색
이같은 정세 변화 속에 중국은 이미 아프간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나선 분위기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5월 17일 모하마드 하니프 아트마르 아프간 외무장관 등과 통화에서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와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협력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며 "중국은 아프간의 평화와 화해를 위해 계속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이어 "미국의 일방적인 철수로 아프간 정세가 불확실해졌다며 "중국은 아프간 내부 협상을 위한 모든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군이 철수하고 나면 중국이 아프간에서 경제·외교적 역할을 더 확대해 나겠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군 철수 후 아프간 혼란이 신장(新疆) 지역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중국이 현지에 평화유지군을 파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난 4월 보도하기도 했다.

인도와 중국은 지난해 5월 판공호 난투극, 인도군 20명과 중국군 4명이 숨진 6월 갈완 계곡 '몽둥이 충돌', 9월 45년 만의 총기 사용 등 인도 북부 라다크 지역에서 여러 차례 충돌하는 등 심각한 갈등을 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