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대선주자 5명 등 야권인사 20명 가까이 체포
59개국, 유엔 인권이사회서 오르테가 정권 비판 성명
폭주하는 니카라과 정권…야권 탄압에 국제사회 비난 거세져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정권의 무차별 야권 탄압이 계속되면서 국제사회의 비난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는 59개국이 니카라과 정권의 야권 인사 체포와 기본권 제한을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 국가는 특히 "임의적인 정당 해산, 복수의 대선 주자와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형사 절차"에 우려를 표시하며, 야권 인사들의 석방을 촉구했다.

니카라과에서는 이달 초부터 정치인과 언론인, 기업인, 시민단체 관계자, 전 영부인 등 20명 가까운 야권 인사들이 줄줄이 체포됐다.

지난해 12월 "국내 문제에 외부 개입을 유도하거나 니카라과 국민에 대한 제재를 환영하는 자" 등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법을 제정한 후 이를 휘둘러 야권 인사들을 무더기로 잡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체포된 이들 중엔 비올레타 차모로 전 대통령의 딸이기도 한 크리스티아나 차모로를 비롯해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예정이던 야권 대선주자 5명도 포함됐다.

1979년 좌익단체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FSLN)을 이끌고 친미 정권을 축출한 후 정권을 잡았던 오르테가 대통령은 1984년, 2006년, 2011년, 2016년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 통산 5선에 도전한다.

선거를 다섯 달 앞두고 노골적인 야권 탄압이 계속되자 대선이 공정하게 치러질 리 없다는 우려도 커졌다.

폭주하는 니카라과 정권…야권 탄압에 국제사회 비난 거세져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전날 인권이사회에서 "니카라과 국민이 11월 7일 선거에서 그들의 권리를 충분히 행사할 가능성이 더 멀어졌다"고 말했다.

오르테가 정권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여온 미국 정부도 비판을 이어갔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전날 오르테가 정권의 행태를 "가장 분명한 방식으로 규탄한다"며 니카라과의 공정한 선거를 위해 "가능한 외교적·경제적 수단을 모두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도 전날 니카라과의 야권 탄압에 대한 37쪽 분량의 보고서를 내고 이 문제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상정하는 등 국제사회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HRW는 니카라과에선 이미 2018년 반정부 시위에 대한 정부에 거센 탄압 속에 10만8천 명이 고국을 떠났다며, 니카라과의 위기가 중미 지역 차원의 문제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번에도 정권의 위협을 피해 니카라과를 떠나는 야권 인사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차모로 전 대통령의 아들이자 저명 언론인인 카를로스 페르난도 차모로는 전날 트위터에 "자유를 지키기 위해 아내와 함께 니카라과를 떠난다"고 말했다.

망명 결심을 밝히기 전 그는 경찰이 자신의 집에 쳐들어왔다고 전했다.

또 다른 언론인 1명과 과거 오르테가의 산디니스타 혁명에 동참했으나 이후 등을 돌린 사령관 1명도 전날 망명 계획을 밝혔다고 EFE통신은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