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인 비용 절감 추진하는 신문 소유주의 명예퇴직 제안 수용
헤지펀드에 팔린 유력지 시카고 트리뷴…유명 칼럼니스트 줄사퇴

174년 역사를 지닌 미국 유력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의 유명 칼럼니스트들이 줄줄이 신문을 떠나 독자들이 술렁이고 있다.

이들이 신문을 떠난 것은 올해 초 시카고 트리뷴 모기업 '트리뷴 퍼블리싱'(Tribune Publishing)을 인수한 뉴욕 헤지펀드 운용사 '앨든 글로벌 캐피털'(Alden Global Capital·이하 앨든)의 바이아웃(Buyout) 제안을 수용했기 때문이라고 21일(현지시간) 시카고 매체 데일리 헤럴드 등이 보도했다.

바이아웃은 일종의 명예퇴직 개념이다.

자발적으로 퇴사하는 인원이 충분치 않을 경우 사측은 해고를 강행하게 된다.

앨든은 지난달 말 편집국 소속 정규직 전원에게 바이아웃을 제안하고 칼럼니스트·에디터 등 부장급 이상 비노조원에게는 지난 18일까지, 노조에 가입된 기자들에게는 오는 25일까지 수용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독자들에게 작별을 고한 10여 명의 칼럼니스트에는 간판 격인 존 카스(64), 2012 퓰리처상 수상자 메리 슈미츠(67), 인기 칼럼니스트 하이디 스티븐스(46), 인종·빈부·폭력 문제담당 중견 흑인 여성 달린 글랜튼, 진보 논객 에릭 존(63) 등이 포함됐다.

최소 23년부터 최대 40년 이상 시카고 트리뷴에 다양한 목소리를 입혀온 이들은 지난 18~20일자 신문을 통해 독자들에 대한 감사 인사로 마지막 칼럼을 대신했다.

슈미츠는 "신문업계에 발을 들인 지 41년, 칼럼을 쓰기 시작한 지 29년 됐다.

독자들과 소통하며 많은 것을 배웠고 큰 즐거움을 누렸지만 모든 것에는 끝이 있게 마련"이라며 "사측의 바이아웃 제안을 수용하고 회사를 떠난다"고 밝혔다.

트리뷴의 스타급 칼럼니스트 카스도 퇴사 결정을 내렸다.

데일리 헤럴드는 카스에 대해 "시카고 트리뷴의 가장 저명한 칼럼니스트이자 탄탄한 독자층을 가진 보수 성향의 목소리"라고 평가하면서 그가 38년간 몸담았던 트리뷴을 떠났다고 전했다.

기자 출신 카스는 작년까지 신문 2면에 이름을 내건 고정란을 갖고 주로 정치비평을 해왔다.

지난해 사측이 오피니언 면으로 코너를 이동시킨 이후에도 주 4회 이상 꾸준히 글을 실었다.

일부는 진보 세력에 비판적인 카스를 불편해하기도 했으나, 그는 충성도 높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카스의 칼럼이 없는 트리뷴을 구독할 이유가 없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앨든은 수익률이 낮은 대형 신문사를 인수한 후 편집국 규모 축소 등을 통해 극적인 비용 절감을 추진한다는 평을 듣는다.

시카고 비즈니스에 따르면 앨든은 2019년 11월 트리뷴 퍼블리싱의 지분 32%를 사들이며 최대 주주가 됐으며, 올해 초에는 6억3천만 달러(약 7천100억 원)를 들여 아예 인수했다.

앨든이 트리뷴 직원들에게 바이아웃을 제안한 것은 최대 주주간 된 이후 3번째다.

2차 제안까지는 근무 연한에 제한이 있었으나, 이번에는 편집국 소속 정규직 전원이 대상이다.

앨든은 이번 바이아웃 프로그램을 통해 입사 3년 차 미만에게 기본급 8주분, 3년 차 이상에게는 12주분을 보장해주고 근무 기간이 1년 늘 때마다 기본급 1주분을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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