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불구 영국 콘텐츠 '유럽 작품'으로 인정돼 인기 지속
EU 내 문화 다양성 위협론 제기…영국 작품 유럽산에서 제외 추진
유럽서 '더 크라운' 못보나…EU, 영국 영화·드라마 제한 움직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이후 커지는 양측 간 갈등이 영국산 영화와 드라마 등 콘텐츠 분야로 확대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1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EU 외교관들은 지난 8일 회의에서 EU 내 영국산 시청각 콘텐츠 문제를 논의했다.

이날 논의된 문서에 따르면 브렉시트 이후에도 영국 프로그램이 불균형적으로 유럽 TV에서 방영되고 있어 '문화 다양성'에 위협이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해 EU 집행위원회는 영국의 문화 제국주의 위협에 대한 영향 평가를 요청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EU의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 지침(audiovisual media services directive·AVMSD)에 따르면 지상파는 방송 시간의 대부분을 유럽 콘텐츠(European works)에 할애해야 한다.

넷플릭스나 아마존과 같은 주문형비디오(VOD) 플랫폼에서는 30% 이상을 채워야 한다.

프랑스는 한발 더 나아가 VOD의 60%를 유럽 콘텐츠로 채우는 한편, 매출액의 15%를 유럽 시청각 및 영화 제작에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더 크라운', '다운튼 애비' 등 영국 드라마나 영화는 그동안 유럽 시장에서 인기를 얻어왔다.

브렉시트 이전은 물론 현재도 영국산 콘텐츠가 유럽 작품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EU의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 지침은 유럽 평의회의 '트랜스프런티어 텔레비전 협약'(European Convention on Transfrontier Television·ECTT)을 따르고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럽 평의회(Council of Europe)에는 속해 있는 만큼, 이 협약에 따라야 하는 지침상 여전히 영국에서 제작한 드라마 등도 유럽 작품으로 간주되고 있다.

영국 TV 산업은 유럽 방송 채널과 VOD 플랫폼에 국제 지식재산권을 판매해 2019∼2020년 4억9천만 파운드(약 7천700억원)를 벌어들였다.

이에 따라 EU 내에서 영국 드라마 등을 유럽 콘텐츠로 인정하는 특혜를 중단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유럽서 '더 크라운' 못보나…EU, 영국 영화·드라마 제한 움직임
가디언은 유럽 내 취재원을 인용, 프랑스가 EU 순회 의장국을 맡는 내년 1월 이후 이탈리아와 그리스, 스페인 등의 지원 아래 이러한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EU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 지침은 3년마다 중기 검토를 진행하는데, 이를 계기로 영국산 콘텐츠를 제외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정부는 만약 EU가 이를 시도할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정부 대변인은 "영국에서 창작한 시청각 작품은 계속해서 유럽 작품 지위가 적용될 것"이라며 "이는 영국이 유럽 평의회의 '트랜스프런티어 텔레비전 협약' 당사자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