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히타치제작소가 2년간 의료·헬스케어 분야에 3000억엔(약 3조830억원)을 투자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히타치는 2023년까지 관련 기업 인수합병(M&A)에 1500억엔, 연구개발(R&D)에 1000억엔 등 모두 3000억엔을 의료·헬스케어 사업에 쏟아붓기로 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히타치는 2024년까지 의료·서비스 분야 매출을 3600억엔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올해 예상 매출보다 70% 많은 수준이다.
"2년간 3조원 쏟아붓겠다"…헬스케어 사활 건 히타치
의료·헬스케어 분야 핵심 사업은 의료 정보 수집 및 분석 사업이다. 혈액에 들어 있는 유전자 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간 등의 질병 발생 가능성을 찾아내는 서비스를 실용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히타치는 지난해 생화학 분석장치 세계 1위인 히타치하이테크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100% 자회사로 만들었다. 히타치하이테크의 세포·유전자 분석 기술을 활용해 수집한 데이터를 인프라 시설 및 공장의 가동상황 분석 등 기존 주력 사업으로 축적한 정보 분석 기술에 접목해 시너지를 낸다는 전략이다.

히타치는 또 환자의 개인 데이터를 활용한 의료사업을 2024년까지 2000억엔 규모로 키우기로 했다. 미국 조사회사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환자 고유의 의료 데이터를 활용하는 개별화 의료시장은 매년 평균 6.2% 성장하고 있다. 2028년에는 시장 규모가 7968억달러(약 902조원)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도시바가 한 방울의 혈액으로 여러 가지 간 질환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의 실용화에 나서는 등 주요 기업의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히타치는 병원마다 제각각인 진료기록을 통합하는 의료시스템 사업도 강화한다. 현재 140개 국립대병원에 의료기록을 일원화하는 시스템을 납품하고 있다. 자사 의료기록 시스템을 도입하는 병원을 늘려 수집한 자료를 보험과 신약 개발 분야에 활용할 방침이다.

재생의료 분야에선 다양한 세포를 양성할 수 있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의 최적 배양조건을 AI로 산출하는 시스템도 개발할 계획이다.

히타치는 지난 3월 컴퓨터단층촬영(CT)장비와 자기공명영상(MRI)장비 등 화상 진단기기 사업을 후지필름에 매각했다. 의료 제조업에서 의료 소프트웨어 분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