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암호화폐 가격이 하루 새 60달러대에서 ‘0’ 수준으로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암호화폐 중 처음으로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을 연상케 하는 사태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이언파이낸스가 개발한 암호화폐인 아이언 티타늄 토큰(타이탄)의 가치가 하루 만에 60달러대에서 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11일까지만 해도 10달러 안팎에 거래되던 타이탄은 12일부터 급등해 16일에는 64달러까지 치솟았다. 타이탄 시세가 급등한 이유로는 미국 프로농구단 댈러스 매버릭스의 구단주이자 대표적 암호화폐 신봉자인 마크 큐번이 매집에 나섰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타이탄 가격은 64달러에서 정점을 찍은 뒤 급락하기 시작했다. 17일에는 가격이 사실상 0으로 떨어지면서 한때 20억달러(약 2조2600억원)였던 가치가 ‘증발’했다. 업계에서는 타이탄이 ‘스테이블 코인’ 성격을 지니고 있었음에도 폭락한 데 주목하고 있다. 스테이블 코인이란 달러 등에 가치가 연동되도록 한 암호화폐로, 가격 변동성이 낮은 편이다.

개발사인 아이언파이낸스 측은 여전히 이런 현상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코인에 대한 투매가 시작됨과 동시에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타이탄 가격이 급락하자 큐번은 “규제 당국이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테더 등 스테이블 코인의 시가총액이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면서도 “이 시장은 전혀 규제를 받지 않고 있어 이 시장이 암호화폐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