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속 유례없이 조용한 선거운동…개혁파 추격 관심
젊은층, 개혁파 배제에 보이콧 움직임도…경제난·제재 놓고 격돌
이란 18일 대선 레이스…젊은층 외면 속 강경보수 후보 우세
이란의 대통령선거가 유례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 18일(현지시간) 치러진다.

4년 전에 대선을 뜨겁게 달궜던 대규모 유세가 올해는 모두 사라지는 등 23일간의 공식 선거 운동은 조용하게 진행됐다.

길거리에 대형 현수막과 홍보물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시민들은 입을 모았다.

선거를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강경보수 성향의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가 과반의 지지율을 보여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개혁파 후보의 막판 추격전이 어느 정도로 탄력을 받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란 18일 대선 레이스…젊은층 외면 속 강경보수 후보 우세
◇ '개혁파 배제' 반발 젊은층 "투표 안 해"…지배층은 투표 독려
이란의 선거는 보통 보수와 개혁 양 진영의 대결 양상을 보인다.

4년 전 대선에서는 개혁파 하산 로하니 현 대통령과 보수 성향 라이시가 뜨거운 경쟁을 벌였다.

당시 투표율은 73%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 선거 열기는 좀처럼 달아오르지 않았다.

주요 의제나 이슈도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조용한' 대선의 원인으로는 팬데믹 영향이 크다.

여기에 더해 젊은이들의 불만이 투표 거부 운동(보이콧)으로 표출되고 있다고 서방 언론은 전하고 있다.

특히 중도·개혁 성향의 유력 인사가 최종 후보 명단에서 제외되자 안팎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수도 테헤란에 사는 알리(30)는 연합뉴스에 "지지하는 사람이 없어서 이번 대선에는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주변 친구 중에도 투표를 하겠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테헤란에 15년 이상 거주한 한 교민은 "이란에 오래 살았지만, 이번처럼 조용한 대선은 처음 본다"면서 "유세 음악, 대형 현수막, 거리 연설이 거의 사라져 그야말로 조용했던 선거 운동이었다"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이란인이 현재 국가 운영 체제에 항의하기 위해 투표를 하지 않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국민의 무관심 속에 치러지는 이번 대선의 투표율이 40%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지배층과 국영 매체들은 선거 운동 기간 내내 투표를 독려했다.

대선일을 이틀 앞둔 16일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투표는 선한 행동이며 투표율이 높다는 것은 이란 지배층이 대중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높은 투표율은 국제사회에 특별한 충격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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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보수 라이시 여론조사서 압도…개혁파 헴마티 '뒤집기' 주장
이란 언론들은 이번 대선이 강경보수 성향의 라이시가 크게 앞서가는 상황에서 개혁파 압돌나세르 헴마티 추격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란의 대표적인 강경 보수성향 성직자로 꼽히는 라이시는 2019년 삼부 요인 중 하나인 사법부 수장이 됐다.

최고지도자의 사망 또는 유고 시 후임을 결정하는 권한이 있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 부의장이기도 하다.

반면 헴마티는 경제학자 출신으로 중앙은행 총재를 지냈다.

국영방송이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는 라이시가 과반의 지지율(58.4%)을 얻었다.

헴마티 전 중앙은행 총재를 뽑겠다고 답한 응답자는 3.1%(전체 3위)에 그쳤다.

여론조사 상으로는 라이시의 압도적인 승리가 점쳐지지만, 헴마티는 막판 뒤집기가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헴마티는 WSJ 인터뷰에서 중도·개혁파가 힘을 얻지 못하고 있지만, 많은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다면 (개혁파가) 놀랄만한 모멘텀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종 후보 7명 중 낮은 지지율을 얻은 후보 3명은 중도 사퇴했다.

이란 헌법수호위원회는 대선 후보가 되겠다고 신청한 592명을 심사, 최종 후보 7명을 선정해 지난달 25일 발표했다.

강경보수파 정치인이 최종 후보 7명 중 다수를 차지했고,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중도·개혁 성향 인물들은 제외됐다.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개혁 성향의 에샤크 자한기리 수석부통령, 중도 성향의 알리 라리자니 최고지도자 고문은 최종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서방 언론들은 중도·개혁 성향으로 이란 내 입지가 있는 자한기리 부통령과 라리자니 고문이 최종 후보에서 제외된 것과 관련해 정치적 다양성을 축소한 것이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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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 과제는 경제난…핵협상 복원으로 돌파구 마련할까
이란 경제는 미국의 제재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 경제 활동 위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보수와 개혁 성향 후보 모두 경제난으로 고통받는 민생을 최우선으로 챙기겠다고 했다.

그러나 최악의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양측의 방법에는 차이가 있다.

강경보수 라이시는 풍부한 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국내 제조업을 육성함과 동시에 다른 국가들과의 경제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란 18일 대선 레이스…젊은층 외면 속 강경보수 후보 우세
라이시는 "제재를 풀기 위한 조치는 필요하지만, 제재나 코로나19 같은 충격에 흔들리지 않는 방식으로 강화돼야 한다"면서 "또 이를 저해하려는 세력에 맞서는 데 모든 힘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의료비의 43%를 부담하는 현 제도는 국민에게 부담을 준다"면서 정부는 비싼 의료비에 시달리는 국민의 짐을 덜어줘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반해 경제 전문가 출신의 개혁파 헴마티는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귀와 제재 해제를 통해 경제를 살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헴마티는 AP통신 인터뷰에서 핵합의 복원이 긴장된 중동 관계를 풀 열쇠이며 당선이 된다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도 만날 수 있다고 밝혔다.

국가 정책의 최종 결정권이 최고지도자에게 있는 이란은 새 대통령의 성향과 관계없이 핵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에 계속 응할 것으로 보인다.

알리 라비에이 정부 대변인은 "시스템과 정책의 틀 안에서 핵합의 복원 협상에 임할 것"이라면서 "다가오는 대선 결과가 오스트리아 빈 회담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이란은 최고지도자의 지침에 따라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18일 대선 레이스…젊은층 외면 속 강경보수 후보 우세
이란은 지난 4월 초부터 빈에서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독일 측과 만나 핵합의 복원 문제를 협상 중이며, 미국과는 간접적으로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핵합의는 2015년 이란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및 독일 등 6개국과 맺은 것으로, 이란 핵 활동을 제한하는 대신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합의 탈퇴를 선언하고 제재를 부활시키자 이란도 핵 활동을 일부 재개했다.

현재 미국은 이란이 합의를 준수할 경우 제재를 해제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