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16일 서울중앙지법이 한국 내 재산 목록을 공개하라고 명령한 것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해 승소한 위안부 피해자들의 신청을 받아들여 서울중앙지법이 일본 정부에 한국 내 재산목록 공개 명령을 내린 것과 관련해 "올 1월의 서울중앙지법 판결은 국제법 및 한일 양국 간 합의에 명백히 반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며,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말했다.

가토 장관은 이어 "일본으로서는 (위안부 소송 등과 관련해) 한국에 국가적인 책임을 지고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계속 강하게 요구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日정부, 위안부 소송 '한국내 재산 공개 명령' 불응 시사
고(故) 배춘희 할머니 유족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손해를 배상하라며 1인당 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해 올해 1월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이 소송에서 일본 정부는 주권을 가진 국가가 다른 나라 재판관할권을 면제받는다는 국제관습법상 원칙인 '국가면제'(주권면제)를 내세워 응하지 않았고, 1심 판결 이후 항소도 하지 않아 패소가 그대로 확정됐다.

일본 정부가 판결이 확정된 후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자 원고 측은 손해배상금을 받아내기 위해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에 일본 정부의 한국 내 재산을 공개토록 해달라고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1단독 남성우 판사는 지난 9일 이 신청을 받아들여 일본 정부에 한국 내 재산 목록을 공개하라고 명령했다.

가토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이 명령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대응 계획을 밝혀 달라는 질문에 한국 내 사법 절차에 대해선 논평을 삼가겠다고 직답을 피한 뒤 재산목록 공개 명령의 뿌리가 된 올 1월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거듭 천명하는 형태로, 재산공개 명령에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밝혔다.

일본 정부는 징용 및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된 역사문제가 1965년의 한일청구권협정과 2015년의 한일 외교장관 간 합의 등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배치되는 한국 법원의 판단은 국제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시정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日정부, 위안부 소송 '한국내 재산 공개 명령' 불응 시사
한편 가토 장관은 한국 군 당국이 전날 실시한 독도방어훈련인 '동해 영토수호훈련'과 관련한 대응조치를 검토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역사적 사실에 비춰보거나 국제법상으로도 명백한 우리나라(일본)의 고유 영토"라는 주장을 반복하면서 "상황에 맞게 필요한 검토, 준비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는 것은 향후 대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언급을 피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만 "다케시마 문제 해결을 위해선 국제 사회의 올바른 이해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세계 각국의 일본대사관을 통한 대외홍보 활동 등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취재보조: 무라타 사키코 통신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