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FA 교차접종 승인에 일부 전문가 "안전성 입증 부족" 지적
남부 캄파니아주 "독자적 교차접종 금지…과학적 우려 있어"

60세 미만 AZ 백신 사용 중단한 이탈리아서 교차접종 혼란 가중(종합)
혈전 부작용 우려로 60세 미만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예방백신 사용을 중단하기로 한 이탈리아에서 교차 접종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해당하는 이탈리아의약청(AIFA)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과학기술위원회(CTS)는 1차로 AZ 백신을 맞은 60세 미만 성인에 대한 교차 접종을 승인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위원회는 최근 몇 주 사이에 발표된 임상 연구를 토대로 교차 접종이 항체 반응을 강화하고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형태도 우수하다고 판단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앞서 AZ 백신을 1차 접종한 18세 여성이 지난 10일 희귀 혈전증으로 사망하자 보건당국은 60세 미만 성인에 대한 AZ 백신 접종을 전면 중단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미 1차로 AZ 백신을 맞은 60세 미만 성인은 선택의 여지 없이 화이자·모더나 등의 다른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상황이다.

AIFA 결정은 이러한 현실을 고려한 조처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로베르토 스페란차 보건부 장관은 독일을 비롯한 주요 나라에서 교차 접종이 시행되고 있으며 그 효능도 매우 고무적이라며 AIFA 결정을 지지했다.

상당수 보건 전문가들도 교차 접종의 효능과 안전성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CTS 멤버이자 면역학 전문가인 세르조 아브리냐니 밀라노대 교수는 14일 공영방송 라이(RAI)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외 모든 연구 성과를 통해 우리는 이미 교차 접종이 안전하고 심지어 면역 반응을 향상한다는 점을 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차 접종을 두고 '임상시험 당하는 기니피그'라고 말하는 것은 '난센스'라며 일각에서 제기하는 안전성 우려를 일축했다.

다만, 교차 접종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있다.

파브리치오 프렐리아스코 밀라노대 바이러스학 교수는 "교차 접종이 가능하며 이미 이를 입증하는 다양한 연구 성과가 있다"면서도 "중단기 부작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아직 부족하다.

좀 더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런 가운데 남부 항구도시 나폴리가 속한 캄파니아주가 지난 13일 안전성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교차 접종을 금지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증폭됐다.

이렇게 되면 1차로 AZ 백신을 접종한 주내 60세 이상 주민은 예정대로 AZ 백신 2차 접종이 가능하지만 60세 미만은 권고된 기한 내에 추가 접종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빈첸초 데 루카 주지사는 과학적 우려에 근거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으며, 정부의 합리적인 설명이 없는 한 이 조처를 당분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캄파니아주 당국은 15일 추가 조처로 60세 미만 주민에 대해 AZ 백신 외에 존슨앤드존슨의 얀센 백신 접종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얀센 백신은 AZ 백신과 마찬가지로 바이러스 벡터(전달체) 방식으로 개발됐다.

사실상 화이자와 모더나와 같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계열 백신만 접종하겠다는 것인데 그만큼 충분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탈리아는 중앙정부가 백신 접종 캠페인을 통합 관리하지 않고 각 주 정부의 폭넓은 재량권을 인정한다.

이는 지역 사정에 맞는 유연한 정책 시행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책적 일관성을 해쳐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날 현재 이탈리아에서 최소 한차례 이상 백신을 맞은 인원은 2천971만4천여명으로 전체 인구(약 6천만명)의 49.3% 수준이다.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인원은 1천433만명(23.8%)으로 집계됐다.

백신별로는 화이자 백신 접종자가 가장 많고 AZ, 모더나, 얀센 등이 뒤를 잇는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1천255명, 사망자 수는 63명이며 누적으로는 각각 424만7천32명, 12만7천101명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