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 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중국을 “국제질서에 대한 구조적 도전”으로 지목하며 공동대응을 선언했다. 러시아(옛 소련 포함)의 공격에 대비한 ‘대서양 군사동맹’ NATO가 창립 72년 만에 아시아 국가인 중국에 화살을 겨눈 것이다. 중국에 대한 강경책을 구사해온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외교적 승리”(로이터통신)라는 평가가 나온다.

NATO “중국의 강압 정책 우려”

NATO "中은 국제질서에 대한 구조적 도전…함께 맞설 것"
바이든 대통령과 NATO 30개국 정상은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한 뒤 내놓은 공동성명을 통해 중국을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와 동맹 안보에 대한 구조적 도전(systemic challenge)”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커지는 영향력과 국제정책에 대한 공동 대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중국의 정책에 대해 “워싱턴조약(NATO조약)에 명시된 근본적 가치와 대조되는 강압적 정책”이라고 우려를 밝히며 중국이 국제적 약속을 지키고 국제체제에서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NATO가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콕 집어 ‘안보 우려’를 거론한 건 1949년 창립 후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7개국(G7)이 전날 중국의 경제적 지배력과 인권 및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로 한 지 하루 만에 미국과 유럽의 군사동맹인 NATO가 안보 측면에서 중국의 위협을 공식화한 것이다.

물론 NATO는 이번 공동성명에서 러시아에 대해선 ‘위협(threat)’이라고 명시한 데 반해 중국에 대해선 ‘도전’으로 표현해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긴 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중국을 도전으로 규정한 것 역시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NATO는 이 밖에 변화하는 안보 환경에 맞는 ‘전략 개념’을 발전시키기로 합의했다. 중국의 도전을 보다 체계적, 전략적으로 다루겠다는 뜻이다. 일본 호주 뉴질랜드 한국 등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동맹국과의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또 중국, 러시아와의 ‘우주전’에도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NATO의 공동 방위망을 우주로까지 확대한 것이다.

중국 “NATO가 중국 위협론 과장”

NATO가 바이든 대통령의 대중(對中) 강경책에 따라 중국을 정조준했지만 대응 수위에선 회원국 간 온도차가 드러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NATO가 러시아와 함께 중국 문제에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도 정상회의 전 “중국은 적이 아니다”면서도 중국의 군사적 증강 등을 거론하며 “우리는 동맹으로서 중국의 부상이 우리의 안보에 야기하는 도전에 함께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누구도 중국과 신냉전으로 가기를 원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중국의 군사적 부상은 문제지만 대화의 문을 열어둬야 한다”며 균형 있는 접근을 촉구했다.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는 전날 G7 정상회의 후 취재진에게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는 2019년 중국과 일대일로 참여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탈리아 정상이 이를 뒤집을 가능성을 시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드라기 총리는 “중국은 다자규정을 준수하지 않고 민주주의 진영과 같은 비전을 공유하지 않는 전제국가”라고 각을 세웠다.

중국은 NATO 정상회의 결과에 강하게 반발했다. 유럽연합(EU) 주재 중국 사절단 대변인은 15일 홈페이지에서 NATO 공동성명에 대해 “우리는 누구에게도 구조적 도전을 하지 않겠지만, 누군가 우리에게 구조적 도전을 한다면 무관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시종일관 방어적인 국방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올해 국방 예산은 2090억달러(약 233조5700억원)인 데 반해 NATO 30개국의 올해 군비 총액은 1조1700억달러로 중국의 5.6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도대체 누구의 군사기지가 전 세계에 퍼져 있고, 누구의 항공모함이 사방에서 무력을 과시하는지 세계인들이 똑똑히 보고 있다”며 NATO가 중국 위협론을 과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