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의 집단안보 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북한에 강도 높은 비핵화를 요구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목표로 밝혔는데 이는 그동안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보였던 표현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NATO 정상회의를 통해 북한에 대한 보다 강경한 비핵화 의중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NATO 정상들은 14일(현지시간)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79항에 이르는 공동성명 중 51번째 조항을 통해 북한에 대한 비핵화 요구를 담았다. “북한의 CVID를 목표로 하는 유엔 결의안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목표 달성을 위해 북한이 미국과 의미 있는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북한이 핵·화학·생물학적 전투력과 탄도 미사일을 없애고 핵확산금지조약(NPT),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안전조치 협정에 복귀해야 한다”고 밝혔다.

NATO가 정상회의에서 북핵 문제를 언급한 것은 2018년 브뤼셀 회담 후 3년 만이다. 당시 NATO는 79개 항목 중 48번째 조항에 북한을 언급하며 한반도의 CVID를 강조했다. CVID는 미국 조지 부시 행정부가 2002년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도입한 비핵화 개념이다. 북한이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조치를 하고 이를 미국이 확인해야 한다는 의미로, 대북 강경 노선을 보여주는 상징 같은 표현이 됐다. 북한은 패전국을 대상으로 한 항복문서에나 등장할 표현이라며 반발했다.

이후 미·북 정상회담을 추진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CVID 대신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대안이었다. 바이든 정부도 취임 직후엔 ‘한반도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NATO가 CVID 표현을 다시 꺼내면서 바이든 정부가 대북 압박 수위를 한층 높였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또 ‘각국이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완전히 준수해야 한다’는 내용도 반영됐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없던 것으로, 한국이 대북 제재를 준수해야 한다는 경고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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