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정부 "절대로 협력하지 않을 것"
국제형사재판소 검사, 두테르테 '마약과의 전쟁' 정식조사 요구(종합)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실이 필리핀의 '마약과의 전쟁'에서 경찰의 살인 등 반(反)인륜범죄에 대한 정식 조사를 요구했다.

ICC의 파투 벤수다 검사는 15일(현지시간) 필리핀 정부의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인륜 범죄가 있었다고 볼 합리적 근거가 있다면서 ICC에 정식 조사 개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전했다.

벤수다 검사는 자신이 2018년 2월 개시한 예비조사에서 2016년 7월과 2019년 3월 사이에 필리핀 경찰의 반인륜 범죄와 살인이 있었다고 믿을 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취임 직후 마약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이 '전쟁' 중에 경찰의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체포와 구금, 소탕과정에서의 잔혹행위 등 범죄 수준의 인권침해가 빈번하다는 지적엔 개의치 않는다는 태도를 보여왔다.

필리핀은 ICC 검사실이 필리핀 정부의 마약범죄 소탕 과정 전반에 대한 예비조사에 들어가자 2018년 3월 ICC 탈퇴를 선언했다.

실제 탈퇴는 1년 뒤 이뤄졌다.

벤수다 검사는 그러나 필리핀의 ICC 조약이 유효한 기간에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ICC에 관할권이 있다고 지적했다.

9년의 임기를 마치고 이번 주 ICC 검사직을 내려놓는 벤수다 검사는 예비조사에서 수집된 정보들은 필리핀 경찰과 그 협력자들이 불법적으로 수천에서 수만명의 시민을 이 시기에 살해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ICC 검사실은 작년 12월 내놓은 예비조사 결과 보고서에서도 필리핀 경찰의 소탕 작전에 살해되거나, 체포·구금상태에서 사망한 이들이 5천300명을 넘는다면서, 경찰이 생명을 위협할 무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고 적절하지도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고 밝혔다.

국제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I)도 ICC의 거듭된 입장 표명에 환영성명을 냈다.

AI는 "ICC의 개입으로 필리핀의 무법적 상황을 끝내야 한다"면서 "살인을 자행하는 경찰과 그 협력자들에게 범죄의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신호를 줘야 한다"고 밝혔다.

필리핀 정부는 ICC의 조사에 협력하지 않겠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해리 호케 대통령궁 대변인은 "두테르테 대통령은 ICC의 조사에 절대로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ICC는 필리핀에 대한 사법관할권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