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가 사이버안보 등의 이슈에 협력하지 않는다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이틀 앞으로 다가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첫 회담에 대해 "만약 푸틴이 사이버안보 등 문제에서 협조하기로 선택하면 우리도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가 과거 방식대로 행동하거나 협력하지 않기로 한다면 우린 똑같이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이는 최근 미 최대 송유관업체 콜로니얼 파이프라인과 세계 최대 육가공회사 JBS의 북미지부 등에 대한 랜섬웨어 공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미 당국은 일련의 해킹들을 러시아 해커 또는 정부에서 저지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오는 16일 열리는 미·러 정상회담에서 책임을 추궁하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을 만난 적이 있는데, 그는 똑똑하고 터프한 적수"라고 묘사했다. 또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현재 러시아에 수감 중인 야권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를 언급하며 "나발니가 죽게 된다면 러시아가 기본적인 인권을 준수할 의사가 거의 없거나 아예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지표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ABC방송 인터뷰에서 나발니 사건과 관련해 푸틴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한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살인자 발언에 대해 "그런 비난을 수십번 들었고, 신경 안 쓴다"며 웃어 넘겼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나 또한 웃는다"며 미소로 맞받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NBC방송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의 인터뷰 전문을 공개했다. 그는 사이버공격의 배후에 러시아가 있다는 미 당국의 주장에 대해 "우스꽝스럽다"고 일축한 뒤 "우리는 대선 개입, 사이버공격 등등 온갖 이슈로 비난당해왔다. 그리고 그들은 한 번도 증거를 내놓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은 나발니 등 반체제 인사 탄압과 관련해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지지자들의 시위 사건을 거론했다. 지난 1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해 수백 명이 체포되고 1명이 경찰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푸틴 대통령은 "못생겼으면 거울을 보고 화내지 말라는 말이 있다"면서 "누군가 우리를 비난하면 나는 '스스로나 돌아보라'고 말한다"고 했다.

그는 또 러시아가 국제사회에 불안정성을 초래한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비판에 대해서도 "미국은 리비아와 아프가니스탄, 시리아에서 똑같은 일을 하지 않냐"고 응수했다. 나토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나토는 냉전의 유물이라고 말해왔다"며 "왜 아직도 나토가 존재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