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공포는 한층 누그러졌다. 단기 고점을 찍은 만큼 물가 상승률이 서서히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0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5.0%, 전달에 비해서는 0.6% 올랐다. 2008년 8월 이후 약 13년 만의 최고치다. 전년 대비 4.7%, 전달보다 0.5% 상승할 것이란 시장 예측을 웃돌았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8% 뛰어 1992년 이후 오름폭이 가장 컸다.

"물가 상승은 일시적"…인플레이션 공포에도 美증시 오르고, 10년물 금리 하락
이날 뉴욕증시는 일제히 상승했다. 시장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는 나스닥지수는 전날 대비 0.78% 오른 14,020.33으로 마감해 3대 지수 중 상승률이 가장 높았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연 1.45%로, 전날 대비 0.05%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3월 3일(연 1.47%)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물가지수가 뛸 때마다 조기 긴축 우려가 불거지면서 주식과 채권 시장을 압박했던 패턴이 달라졌다는 평가다.

투자자문사인 바이털놀리지의 애덤 크리사풀리 창립자는 투자노트에서 “물가 상승세가 수개월 내 꺾일 것이란 징후가 여전하다”고 말했다. 투자은행인 넷웨스트마켓의 존 브릭스 글로벌 전략책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중앙은행(Fed)이 물가지수 완화 전망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 CPI 상승분의 30%를 중고차 가격이 차지했다는 점이 이런 판단 근거 중 하나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차량 부품 수급에 적지 않은 차질이 생겼지만 조만간 해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중고차 가격은 전달 대비 7.3% 급등했다.

시장에선 오는 15~16일 열릴 예정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등 긴축 논의를 본격화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Fed의 또 다른 핵심 정책 변수인 고용 역시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최근 발표된 5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55만9000명 늘어나는 데 그쳐 시장 예상(67만1000명)에 못 미쳤다.

일각에선 물가 상승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란 견해를 내놓고 있다. 기업들이 원자재 및 인건비 상승분을 소비자가격에 전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미국인들의 순자산은 역대 최대 규모로 불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Fed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 가계의 순자산은 작년 말보다 3.8%(5조달러) 늘어난 136조9000억달러를 기록했다. 주식(3조2000억달러)과 부동산(9680억달러) 가치가 급등한 덕분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