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는 차남 헌터 바이든이 백인 변호사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흑인을 비하하는 단어인 '니가'(nigga·깜둥이)를 여러 차례 사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미 오클라호마주 '털사 인종 대학살' 100주기를 맞아 인종 차별 근절을 촉구하는 연설을 한 지 겨우 1주일이 지난 시점이어서 논란이 크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2019년 1월 헌터와 변호사 조지 메자이어가 주고받은 휴대폰 문자 메시지 내용을 입수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헌터는 메자이어에게 '큰 음경'에 관한 농담과 함께 "내가 당신을 아끼는 이유는 당신이 흑인이기 때문"이라며 "당신은 진정한 니가"라고 했다.

메자이어는 일리노이주 시카고를 무대로 활동하는 백인 변호사로 시간당 수임료는 845달러(약 94만원)에 달한다. 헌터가 백인인 메자이어를 흑인이라고 부른 것은 농담으로 추정되지만, '니가'라는 단어를 여러 차례 사용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문자 메시지에서도 헌터는 메자이어에게 "내가 당신한테 얼마 줘야 하지? 양주 비용은 청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니가"라고 했다. 메자이어가 "당신이 경박하게 굴 때마다 짜증이 난다"고 하자 헌터는 "그래 맞아 니가. 이제 안 그럴게"라고 답하기도 했다.

데일리메일은 이 문자 메시지 내용이 헌터 노트북에 저장됐던 것들이라고 설명했다. 델라웨어주의 한 상점에 버려진 노트북에 담겨 있던 문자 메시지 내용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노트북에 저장된 사진 중에는 인종 차별적인 농담이 포함된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동영상)도 있었다. 예컨대 바이든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포옹하며 "나의 니가 버락"이라고 말하는 상황을 가정해 만든 밈이 대표적이다.

데일리메일은 이 사진들에 대해 헌터와 메자이어에게 문의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헌터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 뒤인 지난 4월 과거 마약과 알코올 중독 등에 대한 자신의 심경을 담은 회고록을 발간한 바 있다. 헌터는 이 회고록에서 가게에서 술을 사서 집까지 한 블록을 걸어가는 동안에 술을 따서 마실 정도로 알코올 중독이 심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이 중독에 빠진 헌터의 집에 가서 도움을 받으라고 설득했지만 이를 거부하자 자신을 부둥켜안고 오랫동안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도 담겼다.

바이든 대통령은 불운한 가족사가 있다. 상원의원 당선 한 달만인 1972년 12월 교통사고로 아내와 13개월 된 딸을 잃었다. 당시 사고 차량에는 헌터도 타고 있었다. 2015년엔 아끼던 장남 보 바이든을 뇌암으로 세상을 떠나보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