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탕핑주의에 대응해 작문 주제서 청년의 책임 강조"
중국 대입시험에도 반영된 청년층의 박탈감 '탕핑주의'
중국 대학 입학시험 '가오카오'(高考)가 시작된 가운데, 최근 중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탕핑(躺平)주의'에 대한 당국의 대응이 시험 문제에 반영됐다고 홍콩 명보가 8일 보도했다.

전날 중국 국가교육고시지도위원회는 올해 가오카오의 작문 주제 8가지를 발표하면서 이는 모두 새 시대 청년들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할 수 있는 일과 유망한 일', 자신의 발전 방향과 이상, 시간과 가치에 대한 생각 등을 서술하라는 문제가 출제됐다.

이에 대해 관영 중국망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탕핑주의에 대한 당국의 반응으로 보인다며, 사회가 젊은이들의 생활조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탕핑'은 똑바로 드러눕는다는 뜻으로, 탕핑주의는 요즘 중국 청년층의 박탈감을 드러내는 표현이다.

죽을힘을 다해 노력했지만 삶이 나아지지 않는 것을 발견한 청년층이 몸과 마음이 지쳐버리면서 아예 더는 노력하지 않고 최소한의 욕망만 유지하며 생활하는 상태를 뜻한다.

청년층이 빈부격차와 불평등의 심화 등에 박탈감을 느끼며 꿈을 꾸지 못하는 상태를 뜻하는 말로, 중국이 내세우는 '대국굴기'(大國屈起:대국으로 우뚝 선다)에 저항하는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교육 전문가 천즈원(陳志文)은 명보에 "올해 작문 주제가 8가지였지만 이는 사실 하나의 주제로 모인다"며 "바로 새로운 100년을 앞둔 청년들의 책임의 의무를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이들 주제는 대단히 사변(思辨)적이다"고 설명했다.

명보는 "중국 인터넷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탕핑주의는 '느린 속도'와 '낮은 욕망'으로 대변된다"며 "이는 많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인터넷에서 '드러눕자'를 외치는 목소리가 급속히 퍼져나갔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 학자와 기업가, 윗세대들은 이러한 젊은이의 태도를 "극도로 무책임하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젊은이들이 누워버리면 나라의 미래는 누구에 의지해야 하나"라고 걱정한다고 전했다.

중국망에 전날 올라온 한 댓글은 나이 든 세대가 자신의 경험을 기준으로 젊은이들을 비판만 할 뿐, 청년들이 왜 그러는지는 이해하려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명보는 전문가를 인용, 어떤 목소리나 행동이 나타나면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거나 직접적으로 비판하려 하지 말고 대화 채널을 구축해 그들의 선택과 바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