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카스티요 vs 후지모리 결선 투표 개시…박빙 대결 예상
좌파 초등교사 vs 우파 전 대통령 딸…페루 '극과 극' 대선 결선
페루의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가 6일(현지시간) 오전 시작됐다.

향후 5년 페루의 운명을 좌우할 이번 결선투표는 자유페루당 페드로 카스티요(51)와 민중권력당 게이코 후지모리(46)의 맞대결로 치러진다.

지난 4월 1차 투표에서 각각 18.9%, 13,4%를 득표해 1, 2위로 결선에 진출했다.

두 후보는 여러모로 양극단에 있는 인물이다.

급진 좌파 대 보수 우파, 사회주의 대 신자유주의, 아웃사이더 대 기성 정치인, 시골 초등교사 대 전직 대통령의 딸의 대결이다.

카스티요는 페루 북부 카마마르카의 문맹 농부 부모 아래서 태어났다.

고향 초등학교에서 25년간 아이들을 가르쳤고, 2017년 페루 교사들이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벌인 총파업 시위를 주도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총 18명의 후보가 완주한 이번 대선에서 카스티요는 초반 여론조사 한 자릿수 지지율로 주목받지 못했다가 막판 지지자들을 끌어모아 깜짝 1위를 차지했다.

좌파 초등교사 vs 우파 전 대통령 딸…페루 '극과 극' 대선 결선
후지모리는 유력 보수정당 민중권력당 대표이자 대선 3수생이다.

1990∼2000년 집권한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장녀로, 부모의 이혼 후 19세의 나이에 페루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인권 범죄 등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며, '독재자의 딸'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 딸 후지모리도 부패 혐의로 기소된 상태다.

2011년과 2016년 대선 모두 결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던 그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는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아 보였지만, 막판 저력을 발휘하며 세 번째 결선 진출에 성공했다.

카스티요는 대선 과정에서 광업 등 주요 산업의 국가 통제 강화, 증세, 개헌 등을 약속했고, 후지모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가정에 대한 위로금 지급 등 각종 정부 지출을 확대 공약을 내걸었다.

두 후보의 공통점이 있다면 이념 성향을 떠나 어느 정도 포퓰리스트로 분류된다는 점, 둘 다 반대 세력이 상당하고 논란도 많은 인물이라는 점이다.

딸 후지모리는 아버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인권 범죄와 부패 전력, 그리고 자신의 부패 혐의로 상당한 반감을 샀다.

카스티요의 경우 급진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페루가 베네수엘라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안겼다.

좌파 초등교사 vs 우파 전 대통령 딸…페루 '극과 극' 대선 결선
둘의 지지층은 극단적으로 엇갈리며, 상당수의 페루 유권자들은 이번 선거를 '차악'을 뽑는 선거로 여기고 있다.

누가 당선되든 상대 지지층에서의 반발이 예상돼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카스티요가 당선되면 페루 금융시장은 폭락할 것"이라며 "그렇다고 후지모리가 당선돼도 시장이 환호할 것 같진 않다.

후지모리는 부패 조사를 받고 있고 페루의 최근 역사를 볼 때 탄핵 절차가 시작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대선 이전에도 페루는 정치·사회·경제적으로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

연이은 부패 스캔들 등으로 2016년 대선 이후 무려 4명의 대통령이 등장했다.

인구 3천300만 명 중 18만 명 이상이 코로나19로 숨져 인구 대비 사망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마비되며 지난해 경제도 11% 넘게 후퇴했다.

혼란의 페루를 물려받을 이가 누구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초반 여론조사에선 카스티요가 크게 앞섰으나 선거가 다가오면서 두 후보의 격차가 오차범위 이내로 좁혀졌다.

박빙 대결이 예상돼 개표가 상당히 진행된 후에야 당선자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좌파 초등교사 vs 우파 전 대통령 딸…페루 '극과 극' 대선 결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