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국부펀드인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투자청이 데이터 분석가 영입을 늘리고 있다. 계량 분석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세계 최대 국부펀드를 운용하는 노르웨이정부연기금은 국채 등에 자산을 집중하는 보수적 투자 방식 대신 비상장 재생에너지 기업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후 수익률 한계에 부닥친 세계 국부펀드들이 잇따라 새로운 투자 전략 개발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부다비투자청, 데이터 분석가 영입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부다비투자청은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간 등에서 일했던 소프트웨어 개발자인 알렉산더 다비도비치를 영입했다.

미국 주요 투자 은행에서 근무한 다비도비치는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로 꼽힌다. 그는 아부다비투자청의 퀀트 투자 관련 연구개발(R&D)팀에서 일하며 투자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빅데이터·AI 인재 끌어모으는 국부펀드들
퀀트는 계량적(quantitative)이라는 단어에 분석가(analyst)를 붙여 만든 합성어다. 수학·통계적 근거에 따라 투자 모델을 만들고 금융시장 변화를 예측하는 것을 말한다. AI, 머신러닝 등을 활용해 각종 데이터 변화가 주가지수 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파악하는 알고리즘을 만든다. 이를 토대로 투자 결정에 활용하는 게 퀀트 투자다.

1976년 세워진 아부다비투자청이 퀀트 투자 전문가 채용에 공을 들인 것은 지난해부터다. 미국 코넬대에 근무하던 마르코 로페즈 데 프라도 교수를 작년 9월 영입한 데 이어 같은 해 11월 샌프란시스코의 트루밸류랩에서 일하던 AI 전문가 스티븐 말리낙도 투자청에 합류했다. 이들과 함께 전략기획부 산하 사이언스랩에 근무하는 직원만 24명에 이른다.

데이터과학자 채용 늘리는 국부펀드

다른 국부펀드도 데이터 분석가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싱가포르투자청, 캐나다연기금 등이 앞장서고 있다. 이들의 목표는 머신러닝을 활용해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주는 특정한 패턴을 골라내는 것이다. 쏟아지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세계 금융시장이 어떻게 바뀔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기존 투자 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펀드를 운용하는 직원들의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르웨이정부연기금은 군 조종사 멘탈을 관리하던 스포츠 심리학자를 채용했다. 펀드 운용 직원들이 마음 편하게 투자 결정을 하도록 돕기 위해서다. 기업인의 콘퍼런스콜 발언을 분석하기 위해 법의학자까지 동원했다. 이들은 최고경영자(CEO) 등의 발언을 분석해 미묘한 차이를 찾아내고 있다. 아부다비투자청 관계자는 “금융업계가 아닌 과학, 수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을 더 많이 채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수익률 한계에 변화 모색

코로나19 유행 후 안정적인 투자로는 수익을 내는 데 한계가 커지면서 국부펀드들의 변화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노르웨이정부연기금의 니콜라이 탄겐 CEO는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지난 25년간 누린 것과 같은 높은 수익률을 앞으로 수십 년간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8년 국부펀드로 전환된 뒤 노르웨이정부연기금의 순이익률은 연 4.42%에 이른다. 목표치인 4%를 웃도는 결과다. 최근 10년간 고수익 덕분이라고 탄겐 CEO는 분석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익이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사상 최저 금리와 사상 최고 수준의 주가 아래에 있다”며 “채권과 주식이 갖고 있던 위험과 수익률의 관계가 달라졌다”고 했다.

국채에만 투자하던 노르웨이정부연기금은 회사채, 주식 등으로 투자처를 확대했다. 지난해에는 재생 가능한 프로젝트의 직접 투자도 허용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