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방글라데시 상륙 불허했지만 인도네시아는 받아줘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난민 80여명이 작은 보트를 탄 채 4개월 가까이 표류하다 인도네시아 바닷가에서 구조됐다.

인도와 방글라데시가 난민선의 상륙을 불허해 장기간 떠돌던 중 난민 9명은 탈수증 등으로 선상에서 사망했다.

로힝야족 태우고 113일 표류 선박, 인니 구조…9명 사망
6일 안타라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생존자 81명을 태운 로힝야족 난민선이 수마트라섬 북단 아체주 이다만섬 앞바다에 나타나자 인도네시아 정부가 구명보트 등을 동원해 난민들의 상륙을 허용했다.

지방 당국과 유엔난민기구는 난민들에게 임시거처와 식량을 제공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부터 시행했다.

난민 81명은 전원 코로나19 음성판정을 받았고, 보건 당국은 18세 이상 70명에게 코로나 백신을 접종했다.

유엔난민기구는 "로힝야족 난민을 받아준 인도네시아 당국에 감사드린다.

81명은 이제 목숨을 구했다"고 감사를 표했다.

로힝야족 태우고 113일 표류 선박, 인니 구조…9명 사망
이 배는 2월 11일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의 난민촌에서 90명을 태우고 말레이시아에 밀입국하기 위해 출항한 뒤 엔진이 고장 나는 바람에 인도 안다만 니코바르제도 근처에 표류했다.

2월 말 이 선박의 표류 사실과 함께 "식수와 식량이 바닥났고, 6명의 여성과 2명의 남성이 숨졌다.

대부분 탈수증으로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유엔난민기구가 주변국에 도움을 요청했다.

인도 해안경비대가 이 선박에 식수와 식량은 제공했지만, 인도에 상륙하는 것을 거부했고 방글라데시 역시 이들의 재입국을 불허했다.

계속 바다를 떠돌던 선박은 출항 113일만에 인도네시아 이다만섬에 도착했고, 그 사이 1명이 더 숨졌다.

로힝야족 태우고 113일 표류 선박, 인니 구조…9명 사망
로힝야족 70여만 명은 2017년 8월 말 미얀마군에 쫓겨 방글라데시로 피해 난민촌에 모여 산다.

이들은 국교가 이슬람교인 말레이시아에 가는 것을 목표로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배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항해 중 선박에 문제가 생겨 표류하거나, 말레이시아가 코로나 사태로 밀입국 차단을 위해 해안 경비를 대폭 강화하면서 수개월씩 바다를 떠도는 사례가 속출했다.

말레이시아 무히딘 야신 총리는 작년 6월 아세안 정상들과 화상 회의에서 "우리는 이미 수용 능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더는 로힝야족 난민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말레이시아와 달리 인도네시아는 코로나 팬데믹에도 이번까지 세 차례 '인류애적' 차원으로 로힝야족 난민선을 받아줬다.

로힝야족 태우고 113일 표류 선박, 인니 구조…9명 사망
인도네시아 아체주 어부들은 작년 6월 25일 로힝야족 난민선이 침몰하는 것으로 보이자 99명을 구조해 육지로 데려왔다.

작년 9월 7일에는 로힝야족 여성 181명, 남성 102명, 어린이 14명 등 총 297명을 태운 난민선이 아체주 우종 블랑 해변에 상륙했다.

당국은 유엔난민기구와 함께 아체주에 난민캠프를 만들어줬지만 70% 이상이 말레이시아 밀입국 재시도 등을 위해 종적을 감췄다.

인력이 풍부한 인도네시아는 난민들의 자국내 경제활동을 금지하고 있다.

로힝야족 태우고 113일 표류 선박, 인니 구조…9명 사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