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산 유출 상태서 해역 진입·입항 대기…선주 측 "깊이 사과"
"스리랑카 당국, 컨테이너선 화재 막았어야"…환경단체 소송
스리랑카 정부 등이 인도양 컨테이너선 화재와 관련해 환경단체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스리랑카 환경단체인 '환경정의센터'(CEJ)는 4일 스리랑카 정부와 컨테이너선 'MV X-프레스 펄'호 선주 등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고 AFP통신 등 외신과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CEJ는 이날 스리랑카 대법원에 낸 청원을 통해 지방 당국이 이번 사고를 막을 수 있었어야 했다며 "정부의 무대책은 환경법의 개념과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MV X-프레스 펄호는 지난달 초 인도 서부 하지라를 출항했고 콜롬보를 거쳐 싱가포르로 향할 예정이었다.

길이 186m인 해당 선박은 싱가포르 선적으로 1천486개의 컨테이너를 실은 상태였다.

이 화물에는 질산 25t 등 화학 제품과 화장품도 포함됐다.

화재는 지난달 20일 수도 콜롬보에서 북서쪽으로 18㎞ 떨어진 지점에서 MV X-프레스 펄호가 입항을 기다릴 때 발생했다.

불길은 이후 13일간이나 계속되다가 지난 1일 진압됐다.

이 과정에서 화학물질, 컨테이너 잔해, 산업용품 원료로 쓰이는 플라스틱 알갱이가 엄청나게 바다로 쏟아져 해양 생태계와 인근 해변이 크게 오염됐다.

CEJ는 MV X-프레스 펄호의 선원은 스리랑카 해역에 진입하기 오래 전인 지난달 11일 질산 등이 새는 것을 발견했다며 "당국은 이 선박의 진입을 허락하지 말았어야했다"고 주장했다.

질산 등 화학물질의 유출은 이번 화재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선원들은 질산 유출을 인지한 직후 인근 인도와 카타르의 항구에 해당 화물의 하역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그런데도 선박은 콜롬보항 이동을 강행했고 결국 스리랑카 해변 근처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앞서 스리랑카 정부도 MV X-프레스 펄호의 선주인 X-프레스 피더스를 비롯해 선원, 보험사 등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진행하기로 한 상태다.

"스리랑카 당국, 컨테이너선 화재 막았어야"…환경단체 소송
이에 X-프레스 피더스의 슈무엘 요스코비츠 최고경영자(CEO)는 채널뉴스아시아를 통해 "이번 사고가 스리랑카의 환경과 주민 생계에 손해를 끼친 점에 대해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현재 MV X-프레스 펄호는 선미부터 침몰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선박이 완전히 침몰할 경우 실려있던 벙커유 등 약 350t의 연료유가 유출돼 인근 해양에 끔찍한 환경 재앙이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스리랑카 항만 관리소장인 니르말 실바는 AFP통신에 "선미가 가라앉은 후 48시간이 지나는 동안 아직 기름은 유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바 소장은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해 선박의 화재로 인해 벙커유는 이미 타버렸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13일간 화재가 이어지면서 컨테이너에 실렸던 여러 화학물질도 대부분 연소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한편, 당국은 해군 잠수부 등을 동원해 선체 상황 등을 확인하려 하고 있으나 수중 가시거리가 짧아 작업 진행에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다.

주변 해역에는 기름 유출 등 환경 오염 대응 관련 외국 전문가들도 도착,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