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메일 공개로 드러나…CDC 지침 수정 후 입장 바꿔
파우치도 팬데믹 초기 '마스크 반대론'…코로나 조작설도 수긍
미국 감염병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초반에는 '마스크 불신론자'였다는 보도가 나왔다.

파우치 소장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하기 한 달 전인 지난해 2월 작성한 이메일에서 "약국에서 판매하는 마스크는 바이러스를 막기에 충분히 효과적이지 않다"고 밝혔다고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바이러스는 마스크 사이로 빠져나갈 수 있을 만큼 작다"며 "다른 사람이 기침하거나 재채기할 때 나오는 비말에 노출되는 정도를 줄이는 효과는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마스크는 비확진자를 보호하기보다는 확진자가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 않도록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며 "저위험지역으로 여행 갈 때는 마스크를 쓰길 권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파우치 소장은 지난해 3월까지만 해도 "외출할 때 마스크를 써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우치 소장은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난해 4월 마스크 지침을 수정한 뒤로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

그는 올해 1월 NBC방송에 출연해 "보호막을 한 겹 더 얹으면 상식적으로 봐도 (바이러스 차단에) 효과적일 것"이라며 마스크를 겹쳐 쓰는 사람들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CDC가 지난달 13일 백신 접종자에 한해 대부분 실내외 환경에서 마스크를 벗도록 허용하는 새 권고안을 발표한 뒤에도 파우치 소장은 "모든 사람이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라며 마스크의 방역 효과를 신뢰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일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파우치 소장은 지난해 1월 작성한 이메일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을 인정하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영국 정부 과학자문위원인 제러미 파라 경과 미국 바이러스학자 크리스천 앤더슨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독특한 특성은 일부분(0.1% 미만)에 불과하다"며 "염기서열을 살펴보면 일부 특성이 조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다만 파우치 소장은 작년 4월 이후로는 우한 내 재래시장에서 인간과 동물이 비정상적으로 접촉한 결과물이 코로나바이러스라면서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위적으로, 고의로 조작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줄곧 밝혀왔다고 뉴욕포스트는 전했다.

파우치 소장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인 지난해 1∼6월 주고받은 이메일은 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넷매체 버즈피드가 전날 행정정보공개 제도로 입수한 내용을 보도하면서 대중에 공개됐다.

파우치 소장은 당시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에서 활동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선제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등 소신 발언을 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가 그 지지자에게 신변의 위협을 받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