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모든 것을 좌우할 6월 고용 (4일 발표)
미국의 메모리얼데이 연휴(5월28~31일)가 끝나가고 있습니다. 이번 주 미국을 포함해 각국에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나오는 등 중요한 경제지표 발표가 많지만 가장 큰 관심은 역시 금요일인 4일 오전 8시30분(한국시간 4일 오후 9시30분) 공개되는 6월 고용보고서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의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지난 25일 테이퍼링에 대해 "때가 올 것이고 우리는 자산매입 속도를 줄이는 논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는 경제 데이터의 흐름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클라리다가 말한 '데이터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게 현재 고용입니다.

Fed는 법에 의해 최대 고용, 물가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이 중 물가의 경우, 지난해 평균물가목표제(AIT)를 채택한 뒤 최근 높아진 물가에 대해 '일시적'이라며 사실상 무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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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Fed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물가지표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가 전년대비 3.1%, 전월대비 0.7%나 높아진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하지만 시장은 잠잠합니다. 뉴욕 채권시장에서 금리(미 국채 10년물 기준)는 PCE 물가 발표 직후 잠깐 연 1.6% 위로 올라갔지만 다시 1.5% 후반대로 내려왔습니다. 전날보다 오히려 내려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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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가 목표로 하는 물가 2%를 훨씬 넘겼지만, '일시적'이라고 말하는 Fed의 말을 (아직은) 시장 참여자들이 신뢰하고 있는 겁니다.

월가 관계자는 "PCE 수치가 시장 예상(2.9%, 0.6%)보다 높긴 했지만 깜짝 놀랄 정도는 아니었다"며 "무엇보다 Fed가 물가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참여자들도 그런 걸 감안해서 물가를 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고용'이 Fed의 정책 변경에 가장 중요한 변수입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지속적으로 평균보다 낮았던 흑인, 히스패닉 고용까지 챙기겠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 신규 고용(5월7일 발표)은 당초 100만 명을 훌쩍 넘길 것이란 예상에 턱없이 못미쳐 26만6000 명에 그쳤었습니다. 최근 수십년간 발생한 월가 전망치와 실제 수치간의 가장 큰 오차가 나타났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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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월가는 5월 신규고용을 예상하는 데 매우 조심스럽습니다. 대부분 60만 명대 수준(다우존스 집계 67만4000명)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달 최대 200만 명까지 늘어났을 것이라고 보던 그런 배짱은 사라졌습니다. 미국에선 실제 곳곳에서는 일하겠다는 사람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현상이 목격되고 있습니다.

4월 신규 고용이 예상보다 실망스러웠던 요인으로는 △코로나 감염 우려 △보육 문제 △조기 은퇴 △연방정부의 추가 실업급여 지급(~9월) 등이 꼽힙니다. 코로나 감염 우려는 백신 접종과 함께 줄어들고 있긴 하지만 다른 요인은 지난 4월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월가에서 나오는 예측이 보수적일 수 있습니다.

MUFG는 만약 5월 신규 고용 일자리가 100만 개에 가까우면 훌쩍 넘으면 테이퍼링에 대한 논의가 빨라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40만 명 이하의 실망스런 성적이 또 다시 나온다면 경기 회복세에 대한 의심이 생기면서 시장이 약세를 보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고용보고서가 발표되는 오는 4일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연설이 예정되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표가 발표되기 직전인 오전 7시입니다. 게다가 파월 의장의 연설 주제는 기후변화와 중앙은행의 정책입니다.

게다가 이날을 끝으로 5일부터는 Fed 인사들의 발언이 중단됩니다. 오는 15~16일에 열리는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두고 '블랙아웃'(Blackout) 기간이 시작되는 겁니다.

사실 월가는 이번주 나오는 6월 고용보고서보다는 다음달 초에 발표되는 7월 고용보고서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업급여 제도에 극적인 변화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CNBC에 따르면 미국 50개주 가운데 공화당이 주지사를 차지하고 있는 24개주에서 팬데믹 관련 실업급여 지급을 6월부터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오는 9월6일까지 주기로 했지만, 주 정부 차원에서 수급을 막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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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2일 알래스카와 미시시피, 미주리, 아이오와주부터 실업급여를 더 이상 주지 않습니다. 7월10일부터 급여 지급을 중단하는 애리조나주의 경우 실업자는 현재 주 실업급여와 연방정부 추가 실업급여를 더해 주당 900달러 가량을 받는데 이게 없어지게 됩니다. 대신 일자리를 구하면 일부를 인센티브 형태(2000달러)로 받을 수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일자리를 구하러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릴 수 있는 것이죠. 펜데믹 이후 여전히 실업 상태에 머물고 있는 840만 명 가운데 약 300만 명이 이들 24개주에 살고 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모든 것을 좌우할 6월 고용 (4일 발표)
이를 정치적 싸움으로 보는 시각(JP모간)도 상당합니다. 민주당 일부에선 추가 실업급여를 영구화하자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른바 기본소득으로 정착시키자는 것이죠. 실제 공화당의 다수는 연방정부의 각종 실업급여를 기본소득으로 간주해 반대하고 있습니다.

만약 7월 고용보고서에서 신규 고용이 크게 늘어난다면 그건 공화당의 정치적 승리가 될 겁니다.

최근 달러 가치는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은 31일 위안화의 추가 절상을 막기 위해 14년 만에 외화예금의 지급준비율을 5%에서 7%로 올리기도 했습니다. 유럽도 유로화 강세를 막으려는 분위기입니다.

6월 고용 수치는 이런 달러 가치에도 큰 영향을 줄 것입니다. 신규 고용이 예상보다 많으면 테이퍼링 논의가 가속화될 수 있고, 이는 달러 가치를 높이게될 겁니다. 고용이 예상보다 훨씬 저조할 경우 Fed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달러화 약세가 깊어질 수 있습니다.

달러는 지난 5월7일 실망스러운 4월 고용지표가 발표된 뒤 약세를 본격화했고, ‘4월 FOMC에서 테이퍼링 논의가 있었다’는 소식이 나왔던 5월25일 다시 살짝 반등했습니다. 테이퍼링과 고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겁니다.

김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