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위안화 강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14년 만에 외화 예금 지급준비율 인상이라는 강력한 정책 수단을 선택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31일 공고를 통해 중국 내 은행 등 금융회사의 외화 지급준비율을 현행 5%에서 7%로 2%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인상된 지급준비율은 6월 15일부터 적용된다. 이번 지준율 인상은 달러 대비 위안화의 추가 강세를 막으려는 목적이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지난 4월 이후에만 3% 이상, 작년 5월 이후 1년 동안 11% 이상 올랐다. 이날 홍콩 역외시장에서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장중 6.3477위안까지 내려 2018년 5월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위안화 지준율과 마찬가지로 외화 지준율을 조정해 중국 내에서 유통되는 달러화의 유동성을 조절할 수 있게 된다.

중국 경제 매체 차이신은 4월 말을 기준으로 중국 금융회사에 예치된 외화예금이 1조달러(약 1108조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할 때 지준율이 2%포인트 높아지면 200억달러의 자금이 회수돼 위안화 환율의 급속한 상승 압력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인민은행이 외화 지준율 인상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이례적인 선택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인민은행이 가장 최근 외화 지준율을 조정한 시기는 2007년이었다. 당시엔 4%에서 5%로 올렸다.

올 들어 세계적인 달러 약세와 중국의 경기회복 추세 속에서 위안화 강세 흐름이 계속된 가운데 인민은행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개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민은행이 외화 지준율 인상 카드를 택한 데다 인상폭도 2%포인트로 크다는 점을 볼 때 중국이 이번에 급속한 위안화 가치 상승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강한 정책 신호를 발신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환율을 최대한 시장 형성에 맡기겠다면서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던 인민은행은 이날 지준율 조정에 앞서 개입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