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엑슨모빌이 무명의 펀드에 무릎 꿇은 이유
환경 파괴의 주범으로 여겨졌던 거대 석유 메이저들의 ‘탈(脫) 화석연료’ 흐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세계 최대의 ‘석유 공룡’ 엑슨모빌이 재생에너지를 내세운 행동주의 투자자에게 사실상 무릎을 꿇은 여파다.

펀드평가사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 27일 세계 최대 정유업체 엑슨모빌의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 ‘엔진 넘버원’이 이사회 내에 최소 2석을 확보했다. 엔진 넘버원은 그동안 엑손모빌이 화석연료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사업모델을 친환경 재생에너지로 바꿀 것을 주장해왔다.

엔진 넘버원이 보유하고 있는 엑슨모빌의 지분은 0.02%에 그친다. 하지만 블랙록 뱅가드 캘퍼스 등 상당수 대형 투자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며 파란을 일으켰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향후 엑슨모빌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 덕분이다. 이번 일은 엑슨모빌이 기후 변화 대비에서 BP 쉘 등 유럽계 경쟁사들에 뒤처졌던 것의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기후 변화 대응을 강조하면서 에너지 대기업들은 화석연료 부문 투자·개발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엑슨모빌은 기후 문제의 심각성을 경시하고 화석연료 수요의 책임을 개인과 개발도상국으로 미뤄왔다.

모닝스타는 "엑슨모빌에서 일어난 반란은 초대형 에너지 회사의 기후 변화 리더십에 대한 시장 경쟁에 불을 붙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셰브론(CVX)과 코너코필립스(COP), 필립스66 등 미국의 오일 업체들은 탈탄소화 목표를 가속화하라는 주주들의 요구에 직면해왔다.

모닝스타는 "2021년 이사회 시즌은 이들 기업의 이사회에 분명한 임무를 부여하고 있다. 그것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만들라는 것"이라며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점점 더 탄소중립 목표를 지원하지 않는 이사회 멤버들에 대해 지지를 철회하는 경향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일이 단순히 엑손모빌에서만 그치지 않고 업계 전반으로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다.

윤현성 인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