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역대 최장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사진)가 실권할 가능성이 한층 더 커졌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극우 정당 야미나(뉴라이트)의 나프탈리 베네트 대표는 이날 "연합정부 구성권한을 갖고 있는 예시 아티드 중심의 반(反)네타냐후 진영에 협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예시 아티드는 이스라엘 TV앵커 출신인 야이르 라피드가 주도하는 중도 정당이다.

베네트 대표는 "친구인 라피드와 함께 국민적인 통합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추락한 나라를 구하고 이스라엘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는다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이스라엘은 지난 2년반 동안 선거를 계속 치르면서 정상적인 국가 기능을 상실했는데도 지도부는 증오와 분열만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에 맞서는 전선은 예시 아티드가 이끌고 있다. 지난 3월 총선에서 예시 아티드는 네타냐후 총리의 장기 통치 종식을 내세워 120석 중 17석을 얻었다. 또 다른 중도 성향의 청백당(8석), 이스라엘 베이테이누(7석) 외에 좌파 성향의 노동당(7석),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메레츠(6석) 등의 정당들도 반네타냐후 연합에 참여하고 있다.

라피드 대표가 50석의 우호세력을 확보한 가운데 이번에 극우정당 야미나(7석)까지 합세하면서 반네타냐후 진영은 57석으로 늘어난다. 다만 야미나의 합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회(120석) 과반인 61석까지 4석이 모자라 이슬람주의 아랍계 정당인 라암(연합아랍리스트)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FT는 지적했다.

국방부 장관을 지낸 베네트 대표는 네타냐후 총리가 야당 지도자였을 때 수석보좌관을 지낸 인물이다. 네타냐후 총리와 최근까지도 연정 협상을 벌여왔다. 야미나를 포함한 반네타냐후 진영의 합의가 성사되면 극우부터 중도, 좌파, 아랍계를 총망라하게 된다. 이날 밤부터 시작되는 연정 구성 협상의 시한은 다음 달 2일까지다. 정권교체가 이뤄질 경우 차기 총리는 연정 내에서 순번에 따라 맡을 가능성이 크다.

이스라엘은 지난 2년간 정당 간 이견 등으로 연정 구성이 무산되면서 무려 4차례나 총선을 치르는 혼란을 거듭했다. 이번에 극우 정당까지 연정 논의에 참여하면서 이스라엘 정국이 안정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FT 등은 "지난 2009년부터 12년째 총리직을 수행해온 네타냐후의 정치 인생 최대 위기"라고 평가했다. 네타냐후는 이보다 앞서 1996년부터 1999년까지도 3년간 총리직을 지냈다. 그는 최근 수뢰 및 배임 등 부패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어 총리직에서 물러날 경우 곧바로 형사 처벌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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