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정책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큰 폭으로 올랐다.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PCE 지수까지 전망치 이상으로 급등해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Fed가 예상보다 일찍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및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008년 이후 최고로 오른 물가

美 4월 PCE도 급등…'테이퍼링 시계' 빨라지나
미 상무부는 지난 4월 PCE 지수가 작년 동기 대비 3.6% 상승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월가 전문가 예상치(3.0~3.5%)보다 높다. 변동성이 높은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도 작년 동기 대비 3.1% 올랐다. 전망치(2.9%)를 뛰어넘은 수준이다. 근원 PCE 지수가 3%를 넘어선 것은 2008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CNBC는 전했다.

전월과 비교하면 4월 PCE 지수와 근원 PCE 지수는 각각 0.6%, 0.7% 상승했다. 지난달에 발표한 3월 PCE 지수 오름폭(전년 동기 대비)은 2.3%에서 2.4%로 조정됐다. 3월 근원 PCE 지수 상승률도 기존 1.8%에서 1.9%로 소폭 올랐다.

근원 PCE 가격지수는 Fed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인플레이션 지표다. Fed가 테이퍼링에 들어가기 위해 내세운 조건은 최대 고용(실업률 4.0% 이하) 및 2.0%를 완만하게 넘는 물가상승률이다.

앞서 나온 미국 소비자물가도 이 기준을 뛰어넘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 노동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올해 4월 CPI는 작년 동기 대비 4.2% 급등했다. 시장 예측치인 3.6%를 훌쩍 넘겼다. 2008년 9월(4.9%) 이후 13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이었다.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4월 근원 CPI도 전년 동월 대비 3% 상승해 시장 예측치(2.3%)를 웃돌았다. 이 수치는 지난달과 비교하면 0.9%나 치솟은 것이다. 1982년 이후 최대폭이었다.

금리 인상 앞당겨지나

급격한 물가 상승이 확인됨에 따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Fed 의장 출신인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전날 하원 세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최근의 인플레이션은 고질적이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면서도 “올해 말까지만 이런 상태를 지속할 것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물가가 (4~5월 등) 단기간 반짝 오를 것”이란 제롬 파월 의장 등 Fed 당국자들의 시각보다는 물가 상승 기간을 훨씬 길게 잡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옐런 장관은 “물가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있다”며 “팬데믹(전염병 세계적 대유행)과 공급망 병목 현상 등이 인플레이션의 핵심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경제가 매우 비정상적인 충격을 받은 게 사실”이라며 “경제가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평탄치 않은 과정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필요할 경우 물가 상승에 대응할 수단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옐런 장관은 “현재 기준금리가 매우 낮은데 대다수 경제학자는 이런 저금리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믿고 있다”고도 했다. 이달 초 한 언론사 행사에서 “경제가 과열되지 않도록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수 있다”고 깜짝 발언한 뒤 증시가 충격받은 것을 의식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Fed는 여전히 물가 상승이 ‘일시적’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파월 의장은 “(4~5월에) 물가 오름폭이 갑자기 커질 수 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70% 정도는 팬데믹 충격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어서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내 2.0% 이상의 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억눌린 수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정부 지출 등을 고려할 때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인설 기자/뉴욕=조재길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