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그룹이 전기자동차사업을 본격 시작할 가능성을 처음 인정했다. 차세대 전기차 시제품 비전S를 개발하고도 전기차 생산 계획이 없다던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애플에 이어 소니까지 전기차사업에 뛰어들면 완성차업체와 이종 산업 간 주도권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가와니시 이즈미 소니그룹 전기차개발담당 임원은 27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판매 가능성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아직 완성도를 높이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생산하지 않는다’고 선언할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소니는 작년 1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0’에서 비전S를 깜짝 공개했다. 같은 해 7월 일본 언론에도 비전S를 선보였지만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은 없다고 했다. 일본 언론들도 비전S를 소니가 자동차용 센서 기술을 홍보하기 위해 시험 제작한 차량으로 해석했다.

개발담당 임원이 양산 가능성을 언급함에 따라 소니가 비전S를 공개한 지 1년 반 만에 전기차 전략을 바꿨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가와니시는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면 애플처럼 전기차 개발만 하고 생산은 전문 기업에 맡기는 수평분업 방식을 채택할 계획임도 시사했다. 그는 “전통적인 자동차 메이커는 기존 협력업체가 많기 때문에 수평분업이 어렵지만 소니는 그런 장애물이 없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폰에 주로 사용되는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소니를 맹추격하는 삼성전자에 대한 대책도 공개했다. 세계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소니의 점유율은 45.1%에 달한다. 2위 삼성전자(점유율 19.8%)는 소니를 따라잡기 위해 이미지센서 라인을 증설하고 지난 2월 자동 초점 기능을 업그레이드한 5000만 화소 이미지센서인 아이소셀GN2를 출시했다.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그룹 회장은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미지센서는 화소뿐 아니라 촬영 가능한 밝기의 범위(다이내믹레인지)와 줌 등의 종합적인 성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니는 3년간 첨단기술기업 인수합병(M&A)과 엔터테인먼트사업 확장에 2조엔(약 20조5208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경영방침을 공개했다. 게임과 음악, 영화 등 3개 사업의 서비스 이용자를 현재 1억6000만 명에서 10억 명으로 늘린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