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시장이 인플레이션 공포에만 지나치게 사로잡혀 있지만, 갑작스런 미·중 갈등 표출이 더 큰 위험요소가 될 것이란 경고가 나왔다.

CNBC는 25일(현지시간) 블랙록 투자연구소 보고서를 인용해 "블랙록이 자체적으로 만든 지정학 위험지표(Geopolitical Risk Indicator)가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지난 몇년 동안 시장을 뒤흔들었던 미·중 무역긴장이나 북핵 공격에서 멀어지고,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경제회복이나 인플레이션으로 쏠렸다"고 분석했다.

블랙록은 "시장이 단기적 전망에서 경제 회복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당연하다"면서 "다만 시장이 예상·준비하지 못하고 있을 때 지정학 위험요인이 발생한다면 더 엄청난 충격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정학 위험지표는 올해 들어 마이너스 구간에서 머무르고 있다. 이는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지난 4년간의 평균치를 밑돌고 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블랙록은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 대규모 사이버 공격, 코로나19 이후 신흥국의 정치 위기 등을 주요 위험요인으로 꼽았다. 그중에서도 기술강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분열 혹은 디커플링(탈동조화)이 제일 큰 위험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기술 교류를 제한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고, 중국은 기술자립으로 돌파구를 찾으려 하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블랙록은 "미-중 간 기술분야에서의 교류 단절이 규모와 범위 측면에서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양당의 상·하원 의원그룹이 2000억달러(약 223조1400억원) 예산이 소요되는 '2021 미국 혁신 및 경쟁법' 통과를 앞두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해당 법안은 세계적인 반도체 칩 품귀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역량 강화에 520억달러를 투자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CNBC는 "좀처럼 타협하지 않는 공화당과 민주당이지만, 중국 견제를 위해서만큼은 초당적인 협력에 나서고 있다"며 "이 법안 역시 반도체 자립을 외치는 중국에 대한 견제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만큼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