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서 의석 동수였다가 대법원 결정으로 40년만에 정권교체 성공
전 총리, 퇴임 거부하고 의회 봉쇄
사모아 첫 여성 총리, 전임자 퇴임 거부로 야외 텐트서 취임

남태평양의 섬나라 사모아의 첫 여성 총리가 전임자의 퇴임 거부로 의회에 입장하지 못해 결국 야외에서 텐트를 치고 취임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25일 영국 BBC방송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사모아 수도 아피아에 있는 의사당 입구 정원에 설치된 임시 천막에서 FAST당 소속 피아메 나오미 마타아파(64) 총리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렸다.

마타아파는 사모아의 첫 여성 총리로, 지난달 선거에서 가까스로 당선됐다.

그는 이날 의사당에서 취임할 예정이었지만 전임자인 틸라이파 셀릴리 말리에리가오이 총리가 국회를 봉쇄하는 바람에 의사당에 입성하지 못한 채 정문 앞에 친 천막에서 취임식을 열었다.

FAST당은 성명에서 "민주주의는 언제나 승리한다.

이 근본 원칙에는 예외가 없다"면서 "이를 따르지 않는 자들이 불장난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양측이 이처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말리에리가오이 전 총리가 지난달 9일 치러진 총선 결과에 불복한 데 따른 것이다.

말리에리가오이 전 총리가 이끄는 HRPP 당과 마타아파의 FAST당은 선거에서 총 51석의 의석 중 25석을 각각 차지, 동률을 기록했다.

이때 유일한 무소속이었던 당선인 한 명이 FAST 당에 가입하면서 HRPP당은 열세에 몰렸다.

FAST 당이 승리하게 되면 1982년부터 40년 가까이 여당이었던 HRPP 당 정권을 교체하고, 20년 이상 총리에 재임한 말리에리가오이를 끌어내리게 될 터였다.

사모아 첫 여성 총리, 전임자 퇴임 거부로 야외 텐트서 취임

그러자 사모아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에 구성된 의회가 여성 할당제 기준에 미달한다면서 HRPP당의 여성 의원 한 명을 당선시켰고, 또다시 의석수가 절반으로 갈라짐에 따라 이달 21일 재선거를 명령했다.

여성의 정치 참여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사모아는 전체 의원 중 최소 10%가 여성이어야 한다는 성별 할당제를 2013년부터 시행 중인데,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낙선한 여성 중 가장 득표율이 높은 후보를 당선시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사모아 대법원은 재선거를 닷새 앞두고 선관위의 결정을 무력화하고 FAST당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FAST 당 마타아파가 총리로 선출됐지만 HRPP 당은 국회의 열쇠를 넘겨주지 않는 등 승복하지 않고 있다.

케린 베이커 호주국립대학교 연구원은 "사모아의 첫 여성 총리 당선인이 말 그대로 열쇠가 없어 의회에 진입하지 못하는 것은 여성의 리더십에 대한 저항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사모아 첫 여성 총리, 전임자 퇴임 거부로 야외 텐트서 취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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