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코인 열풍, 서부시대 연상…집값은 100년 만에 가장 높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실러 미국 예일대 경제학과 교수(사진)가 “근래 부동산과 주식, 암호화폐 등의 투자심리가 서부 개척시대와 비슷하다”며 자산 거품을 경고했다.

실러 교수는 지난 21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 사이에 서부 개척시대와 같은 무분별한 사고방식이 나타나고 있다”며 “주택시장의 거품 가능성이 가장 우려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100년간 자료를 봐도 집값이 지금처럼 높았던 적이 없다”며 “미 중앙은행(Fed)의 정책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매우 특별한 사회학적인 시장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러 교수는 미국 주택가격 동향을 나타내는 가장 일반적인 지표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케이스실러지수의 공동 개발자다.

실러 교수는 “지금 상승 국면에 있기 때문에 내년에도 집값이 하락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시장 상황이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기 2년 전인 2003년과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2005년 이후 주택가격이 점진적으로 하락하다 2008년 금융위기까지 불러왔던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 직후 바닥을 찍었던 주가가 엄청난 반등세로 돌아선 것에서도 “군중심리가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또 “인플레이션 공포가 궁극적으로는 장기 투자성 자산의 하락세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시장에 대해서는 “코인 채굴 등 기술력은 인상적”이라면서도 “매우 심리적인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실러 교수는 “궁극적인 가치의 근본이 매우 모호해 현실보다는 말 한마디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트코인은 최근 미국과 중국 감독당국의 규제 우려로 큰 조정을 받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에 널뛰기 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행동주의 경제학의 대가인 실러 교수는 2000년 닷컴기업 버블과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 2008년 금융위기 등을 예견한 것으로 유명하다. 2013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