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행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미국인이 그동안 못 갔던 여행을 재개하면서 멕시코 칸쿤, 하와이 등 일부 인기 여행지는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전보다 호텔 숙박비가 뛰었다.

CNBC는 23일(현지시간) “여행객이 늘면서 항공권 가격과 호텔 숙박비가 팬데믹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고 보도했다. CNBC에 따르면 사우스웨스트항공은 이번주 항공료 가격이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과 맞먹는다고 밝혔다. 투자회사 번스타인은 항공권값이 지난 4월 초에 비해 미 국내선은 평균 9%, 국제선은 17% 상승했다고 전했다.

인기 여행지의 호텔 숙박비는 코로나19 확산 전 수준을 뛰어넘었다. 호텔 정보 제공업체 STR에 따르면 칸쿤의 하루 호텔 숙박비는 이달 초 평균 205달러로 1년 전(45달러)의 4.5배에 달했다. 2019년 이맘때(160달러)보다 비싸다. 하와이 호텔 숙박비도 1박에 평균 269달러로 작년 이맘때(122달러) 대비 2배 이상을 기록하며 2년 전 가격(263달러)을 넘어섰다. 대부분 지역의 호텔 숙박비는 지난해 이맘때보다는 높지만 2019년 수준보다는 낮다.

항공기 이용객도 늘고 있다. 미 교통안전청에 따르면 지난 22일 공항 검색대를 통과한 항공기 이용객은 155만 명으로 1년 전(25만 명)의 6배에 달했고, 팬데믹 전인 2019년 같은 날(212만 명)의 70%를 넘었다. 항공 수요가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한 것은 아직 비즈니스 출장과 해외 여행이 부진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즈니스 출장이 재개되고 해외 여행이 정상화되면 2019년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항공 수요 증가로 미국에선 새로 시장에 뛰어드는 신규 항공사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달 저비용 항공사인 아벨로항공이 신규 운항을 시작한 데 이어 오는 27일엔 또 다른 저비용 항공사 브리즈항공이 운항에 들어간다.

자동차 여행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 자동차협회는 메모리얼데이(한국의 현충일) 연휴기간(5월 27~31일)에 3400만 명 이상이 집에서 50마일(약 80㎞) 이상 차로 여행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작년 여름보다 52% 증가한 수치이자 2019년 여름 대비 90% 수준에 이른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자신감을 얻은 미국인들이 그동안 미뤘던 여행을 재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1주일 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만5000여 명으로 지난해 6월 하순 이후 가장 적었다고 이날 전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회 이상 백신을 맞은 미국인은 인구의 49%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