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흘라잉 총사령관 "아세안 합의 따를 준비 안 돼" 노골적 묵살
한 달간 후속조치 발표 전무 "특사 임명 하나도 못하나" 비판 빗발
미얀마 폭력종식 합의 한달새 70명 더 숨져…'허송세월' 아세안

미얀마 쿠데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차원의 해법이 마련된 지 24일로 한 달이 됐다.

그러나 아세안은 한 달간 어떠한 후속 조치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 군부는 아세안 해법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라고 자화자찬했던 아세안 정상회의 해법이 말만 번지르르한 구두선으로 끝나는 분위기다.

아세안은 지난달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미얀마 쿠데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정상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논란 속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장본인인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도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5개 항으로 된 '합의 사항'이 나왔다.

▲ 미얀마의 즉각적 폭력중단과 모든 당사자의 자제 ▲ 국민을 위한 평화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건설적 대화 ▲ 아세안 의장과 사무총장이 특사로서 대화 중재 ▲ 인도적 지원 제공 ▲ 특사와 대표단의 미얀마 방문이 그것이었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참석한 가운데 합의된 사항이라고 발표되면서, 비록 '정치범 석방'이 빠졌음에도 끝 모를 미얀마 군부의 유혈진압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왔다.

그러나 이후 한 달간 전개된 미얀마 상황은 기대감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사망자와 체포·구금자 규모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미얀마 폭력종식 합의 한달새 70명 더 숨져…'허송세월' 아세안

' />

인권단체 정치범 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정상회의 당일까지 사망자는 748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약 한 달이 지난 전날 현재까지 사망자는 818명이다.

즉각적 폭력중단이라는 '합의'에도 불구하고 한 달간 70명이 추가로 숨진 것이다.

여기에 아세안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할 특사와 대표단 구성 조차도 한 달이 지났는데도 한 마디 말이 없는 상태다.

애초 우려됐던 '실행력 없는 아세안'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는 아세안의 행보에 미얀마 군부도 '우리가 무슨 합의를 했었느냐'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정상회의 사흘 만인 지난달 27일 군부는 관영매체를 통해 "상황이 안정된 뒤 (아세안의) 건설적 제안을 주의 깊게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7일에는 군정 최고기구인 국가행정평의회(SAC)가 " 아세안은 특별 대표 파견을 원하고 있지만, 미얀마는 치안과 안정이 어떤 수준에 도달했을 때 특사에 관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부가 아세안 정상회의 합의 사항을 제안으로 '격하'시키고, 정국 상황이 안정돼야 협력 여부를 논의할 수 있다고 거듭 밝힌 건 아세안 합의를 지키지 않겠다는 메시지였다.

여기에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 22일 홍콩 봉황TV와 가진 쿠데타 이후 첫 언론 인터뷰에서 미얀마는 아직 아세안의 '계획'을 따를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언급해 이를 기정사실로 했다.

이 때문에 미얀마 안팎에서는 아세안을 힐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권을 위한 동남아국가연합 의원들'(APHR)은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아세안 나머지 9개 회원국이 아세안 5개 합의 사항의 즉각적이고 효과적인 실행을 미얀마 군부에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찰스 산티아고 APHR 대표는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면서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노골적으로 아세안 합의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의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은 SNS에 "미얀마 군정은 폭력 사태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사망자 수는 810명을 넘어 서고 있다"면서 "아세안은 유혈 사태 종식을 주장하기 위해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미얀마 시민단체인 '시민불복종운동'도 트위터를 통해 "아세안 합의 한 달이 다 돼가는데 아세안은 누굴 특사로 보낼지와 같은 간단한 일도 결과물을 못내고 있다"면서 "아세안이 미얀마 위기를 해결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우리가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