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 '대만' 언급에도 "선 넘진 않아"
"미국, 한중 기술협력 단절 시도 실패할 것"
중국 전문가 "한국, 대중 강경책 취하진 않을 것"
한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여기는 대만 문제가 언급됐지만 중국은 비교적 담담한 분위기다.

공동성명은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 유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했는데 한미 양국이 공동성명에서 대만 문제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은 처음이다.

관변 학자인 뤼차오(呂超) 중국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23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이같은 성명 내용이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면서 "미국과 한국이 중국 문제에 관해 도달할 수 있는 최대 수준의 합의였다"고 평가했다.

뤼 연구원은 한국이 미국과의 동맹을 강조했지만 미국의 장단에 맞춰 중국에 대한 적대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연합뉴스 인터뷰에서도 이번 회담에서 중국과 관련해 한국의 특별한 변화가 포착되지 않았다면서 "한국이 일본처럼 미국과 중국 문제에 의견 일치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미국이 회담 전부터 선전했지만 미국은 목적 달성에 실패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도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명기했을 때 중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는 대만 문제 외에도 홍콩과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 인권 문제 등도 거론됐는데 중국 관변 학자들은 일본을 '미국의 속국'이라 칭하며 맹비난했다.

중국 정부는 아직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중국 전문가 "한국, 대중 강경책 취하진 않을 것"
글로벌타임스는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동시에 원하는 것을 얻어내면서 미중 관련 이슈에서 한국의 원칙을 지켰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을 중국 봉쇄 전략에 동참시키려는 미국의 시도는 끝나지 않았다고 경계했다.

신문은 한미 양국이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으며 미국이 한국군 장병 55만명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것에 주목하며 이를 "한국이 대중 봉쇄 정책에 동참하도록 만들려는 미국의 전술"로 간주했다.

뤼 소장은 미국이 중국을 억제하기 위해 한반도 문제를 포함한 다른 접근 방식을 계속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우융성(周永生)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는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상대적 중립성을 포기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중국에 대항하는 쿼드(Quad·미국 주도의 4국 안보 협의체)에 합류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 파트너이자 한반도 문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미국이 동아시아에서 이른바 반중 동맹을 구축하는데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라고 덧붙였다.

중국 전문가 "한국, 대중 강경책 취하진 않을 것"
글로벌타임스는 별도 기사에서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5G와 6G, 반도체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지만 한중간 경제·기술 협력에 틈을 벌리려는 미국의 시도는 실패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중국 전문가들은 미국이 반도체와 5G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 발전을 억제하기 위해 동맹국을 끌어들이려 하지만 공동성명에서 나타난 한국의 신중한 태도로 보면 한국이 미국의 정치적 술책을 따를 가능성은 적다고 지적했다.

훠젠궈(藿建國) 중국 세계무역기구(WTO) 연구회 부회장은 한미 공동성명에서 한국이 중국 관련 이슈에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으며 중립적 태도를 취하려 노력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훠 부회장은 기술 협력에 관한 부분에서 중국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면서 한국은 미국의 압력에도 중국과의 상호 호혜적인 협력을 포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업계 애널리스트 마지화는 바이든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고 삼성 같은 한국의 거대 기술기업에 더욱 압박을 가할 것이라면서도 "이같은 시도는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업종을 포함한 한국의 기술 산업 발전은 세계에서 가장 완전한 산업 지원 시스템과 생태계를 갖춘 중국과 깊이 얽혀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 생산을 확대하는 것은 한국 기업의 이익에 확실히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신화통신은 한미 양국이 이번 회담을 통해 동맹 관계를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한반도 문제에서는 "박자가 맞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문재인 정부는 남북 관계에서 돌파구를 찾기를 바라지만 한반도 문제는 바이든 정부의 우선순위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또한 양국이 코로나19 백신과 반도체 부문에서 각각 필요한 이익을 교환하기로 했다면서 실제로 순조롭게 실현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