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이 합의되지 않자 예정대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임시 핵사찰을 막기로 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핵합의 복원을 위한 참가국 회담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이란이 서방 국가들에 대한 압박을 강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23일 파르스통신에 따르면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이란 의회 의장은 "3개월간 합의가 5월 22일 끝남에 따라 IAEA는 더 이상 핵시설 내 카메라에 의해 수집된 데이터에 접근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갈리바프 의장은 "이란 핵시설에 대한 IAEA 사찰 제한은 지난해 말 의회가 가결한 법에 따른 것으로, 최고 지도자도 지지한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이란 의회는 지난해 12월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가 암살되자 우라늄 농축 농도 상향과 IAEA 사찰 중단 등의 조치를 하는 법안을 의결하기도 했다.

과거 IAEA는 핵합의 추가의정서에 따라 이란 내 핵 시설을 제약 없이 사찰했지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핵합의 파기를 선언하자 이란은 2019년 5월부터 단계적으로 핵합의 조항의 이행 범위를 축소해 왔다.

이란은 최근 우라늄 농축 농도를 단계적으로 높이기도 했다. 현재 60% 농도의 우라늄을 농축 중이다.

이란은 지난 2월에는 핵합의 당사국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IAEA의 사찰 제한을 공식화하겠다고 밝혔다. 핵 사찰 제한을 앞두고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 2월 21일 이란을 방문해 이 문제를 논의했고, 임시로 핵사찰을 유지하는 수준의 합의를 이뤘다. 이에 이란 원자력청(AEOI)은 3개월간 감시 카메라 영상을 보관했다가 대이란 제재가 해제될 경우 IAEA에 영상을 넘기기로 했다.

이후 대이란 경제 제재가 해제되지 않았고, 오스트리아에서 진행된 핵합의 복원 협상이 아직 결론나지 않았기 때문에 예고대로 핵사찰을 막는다는 것이 이란의 입장이다.

앞서 이란 의회는 지난 18일 성명에서 "오는 24일까지 핵합의 복원 협상에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지난 12월 가결한 법에 따라 핵시설 감시 영상을 IAEA에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IAEA는 이번 주 이란 측과 어떻게 합의를 계속 적용할지에 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밝혔다. AP 통신은 IAEA가 조만간 이란 핵시설 사찰 제한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란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재임 당시인 2015년 미국과 핵합의를 타결했다. 핵합의는 이란의 핵 활동을 제한하는 대신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지난 2월 총선으로 새로 구성된 이란 의회는 핵합의를 반대하고 강경한 반미 정책을 지지하는 보수파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란 의회는 모든 경제 제재를 풀어야 핵합의 복원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 보수파는 핵합의를 성사한 현 정부가 미국, 유럽 등 서방과 타협해 국익을 양보했다고 비판한다. 의장인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는 혁명수비대 장성 출신으로 이란 내 대표적 강경 보수 인물로 꼽힌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