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암호화폐(가상화폐) 시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테슬라는 '다이아몬드 핸즈'(diamond hands)를 갖고 있다"며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계속 보유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다이아몬드 핸즈는 자신이 가진 자산이 궁극적으로 수익을 낼 것으로 믿고 위험을 감수하고도 계속 이를 보유하는 사람을 뜻한다. 이른바 '존버'다. 반대되는 말은 '페이퍼 핸즈'(paper hands)다.

머스크가 19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이 같이 썼지만 암호화폐 시장의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머스크는 이후 "우리 '마스터 오브 코인'에 대한 신뢰(Credit to our Master of Coin)"라는 글도 남겼다. '마스터 오브 코인'은 재커리 커크혼 테슬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뜻한다. 테슬라 코인을 관리하는 커크혼을 믿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머스크 '다이아몬드 핸즈' 외침에도 암호화폐 폭락한 이유 [안정락의 IT월드]
테슬라는 앞서 지난 3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를 통해 머스크의 직함이 '테슬라의 테크노킹'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하면서 커크혼 CFO의 직함은 마스터 오브 코인(코인 마스터)으로 정했다.

머스크의 이 같은 트윗에도 이날 대부분의 암호화폐는 전날 대비 20~40%가량 폭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한때 30% 가까이 주저앉으며 3만1000달러 수준까지 떨어졌다. 이는 올해 1월 말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이후 다소 회복해 현재 3만6000~3만8000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등 각국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 움직임과 잇단 머스크의 돌출 발언 등이 맞물려 암호화폐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른바 '대형 고래들'의 비트코인 '마진(선물) 거래' 싸움으로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비트코인이 최근 4만2000달러대를 지지하면서 선물 롱(매수) 포지션이 늘어나자 숏(매도) 포지션을 갖고 있는 대형 고래들이 비트코인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하면서 이날 롱 포지션의 선물들이 대량 청산되기도 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 마이클 버리는 지난 1분기 테슬라 주식 하락에 베팅하는 5억3400만달러어치 풋옵션(매도권리)을 매수한 것으로 최근 확인되기도 했다.

이날 비트코인 가격이 급락한 뒤 다시 급등한 것도 역시 대형 고래들이 포지션을 바꾸고 저가 매수에 나선 것일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고래들의 선물 거래 싸움이 지속되면 암호화폐 가격 급등락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