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캘리포니아 5월 이상 가뭄
물 부족에 휴경하는 농부 늘어
채소·과일·견과류 생산 타격

브라질 상파울루 강수량 절반 뚝
커피·설탕 가격 4년來 최고치

"기후변화로 인플레 압박 커져"
‘황금의 땅’ ‘와인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이 5월 이른 가뭄에 허덕이고 있다. 라니냐 현상으로 비 소식이 끊기면서 58개 카운티 중 41곳에 비상사태가 선포됐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가뭄도 심각하다. 코로나19 유행 후 원자재값이 급등하는 데다 농산물·채소 작황까지 악화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박이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휴경 택하는 캘리포니아 농부들
17일(현지시간) 미국 국가통합가뭄관리시스템(NIDIS)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에서 심한 가뭄 상태인 지역의 면적은 94.3%에 이른다. 대부분 지역에서 가뭄 영향을 받아 농작물 생산이 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극심한 가뭄을 호소하는 곳도 73%를 웃돈다. 잡초 등이 말라붙어 소와 말 등을 방목하기 어렵고, 지하수 등을 이용해 물을 끌어와야 하지만 이마저도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 10일 가뭄 비상사태 선포 지역을 2개에서 41개 카운티로 확대했다. 주 인구의 30%가 가뭄에 직접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주 정부 설명이다.

극심한 가뭄에 휴경을 택하는 경작지도 늘고 있다. 캘리포니아 페탈루마 지역에서 12만1400㎡ 규모 채소 농장을 운영하는 카운티라인하베스트는 21년 만에 처음으로 올여름 농작물 경작을 포기해야 할 것으로 내다봤다. 물 부족으로 고추, 양배추 등의 생산이 불가능해서다.

캘리포니아는 미국 채소 생산의 3분의 1, 과일·견과류의 3분의 2를 재배하는 비옥한 농토로 꼽힌다. 미국 내 채소와 과일 값이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식품물가 덮친 가뭄 쇼크…더 커진 '인플레 공포'

커피값, 4년 만에 최고
극심한 가뭄에 타격을 받은 곳은 캘리포니아뿐만이 아니다. 올해 1~4월 브라질 상파울루 지역 강수량이 줄어 커피와 오렌지 생산이 급감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후 분석 회사인 어웨어의 존 코벳 최고경영자(CEO)는 “커피콩이 자라기 위해 수분이 한창 필요한 시기지만 이 지역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했다.

채소와 과일 등의 작황 전망이 나빠지면서 가격도 꿈틀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영향으로 농작물 가격이 최고치로 치솟은 데다 가뭄 영향까지 받아 식량 인플레이션 공포를 부채질하고 있다.

뉴욕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커피와 설탕 등의 가격은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했다. 브라질의 오렌지 수확량은 전년보다 31% 줄어 33년 만에 가장 큰 감소세를 나타냈다. 스타벅스 등에서 사용하는 고급 커피 품종인 아라비카 커피 생산도 급감했다.

강물이 말라붙어 어린 연어가 바다까지 헤엄쳐 가지 못하자 캘리포니아에서는 트럭을 이용해 강 상류의 연어를 바다로 이송하는 방류 작전도 펼쳐졌다. 지난달 말 네 곳의 연어 부화장에 있던 연어 치어 1680만 마리가 트럭에 실려 바다로 갔다. 수송 작전에 동원된 트럭만 146대다.
올해 산불 피해, 지난해 7배
산불 피해도 심각하다. 지난 16일 로스앤젤레스(LA) 서부 지역에서 산불이 번지면서 서울 여의도 면적(2.9㎢)의 2배에 가까운 536만2100㎡가 피해를 입었다. 샌디에이고 지역지 등에 따르면 올해 캘리포니아에서만 1788건의 화재가 발생해 5505만3400㎡가 훼손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피해 규모가 7배나 크다.

주 소방당국은 늦여름과 가을에 절정을 이루던 산불 시즌이 예년보다 빨라졌다고 분석했다. 캘리포니아 역사상 가장 큰 화재 6건 중 5건이 지난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극심한 가뭄 원인은 기후변화다. 라니냐 현상으로 태평양 열대지역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면서 해수가 증발하지 않아 강수량이 줄어든 것이다. 겨울에 눈이 적게 온 것도 영향을 줬다. 강수량이 적은 캘리포니아는 겨우내 로키산맥에 쌓인 눈을 수자원으로 이용한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적설량은 평년의 40% 수준에 불과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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