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테슬라 하락+인플레에 베팅한 '빅숏' 마이클 버리

4.2%(전년대비)까지 치솟은 4월 소비자물가는 미 중앙은행(Fed)의 주장대로 '일시적' 요인이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주 후반 뉴욕 증시가 이틀 연속 반등한 계기가 됐습니다.

하지만 지난주 금요일 나온 5월 미시간대 소비자태도지수 예비치에서는 또 다시 물가 불안감이 노출됐습니다. 전월(88.3)보다 낮은 82.8로 집계된 가운데 소비자들의 향후 12개월 기대 인플레이션은 4.6%로, 전월의 3.4%에서 크게 오른 겁니다. 미시간대측은 "주택과 자동차, 가계 내구재 가격에 대한 언급이 1980년대 마지막 인플레이션 흐름이 끝난 이후 가장 부정적이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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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발생에 있어 기대는 매우 중요합니다. 월가 관계자는 "인플레이션을 예고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가 기대"라며 "사람들이 주변의 기름 값부터 임금, 집값 등이 다 오른다고 느끼게 될 경우 자기가 파는 물건이나 서비스 가격도 올릴 것이고 이는 도미노처럼 번지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소비자들의 인플레이션 기대뿐 아니라 시장의 기대 인플레이션 측정 지표인 미 국채 10년물 브레이크이븐 인플레이션(BEI: break-even inflation rate)도 이미 Fed의 목표인 2%를 넘는 2.51%에 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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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1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기술주가 하락을 이끈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다우는 0.16%, S&P 500은 0.25% 하락했고 나스닥 지수는 0.38% 떨어졌습니다. 이날 아침 발표된 5월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도 전달(26.3)에서 24.3으로 하락한 가운데 가격수용 지수는 전월 34.9에서 37.1로 상승했고, 가격지불 지수는 9포인트 상승한 83.5를 기록해 둘 다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발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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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의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은 이날 "4월 고용지표를 보면 채권 매입을 중단하는 데 필요한 '상당한 추가 진전'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걸 보여준다"며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 일시적이며, 너무 오르면 Fed가 가진 도구를 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헤지펀드 사토리펀드의 댄 나일스 설립자는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식량과 에너지, 주택 가격이 빠르게 상승한다면 Fed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며 "만약 Fed가 올해 완화적 통화정책을 끝내겠다는 신호를 보인다면 시장은 20% 폭락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Fed가 인플레 압력에 대해 '일시적'이라고 강조하는 데 대해 "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지만, 그건 Fed가 2007년에 '서브프라임 위기가 잘 봉합됐다'고 말하던 걸 상기시킨다. 그건 분명히 그렇지 않았다"고 강조했습니다. 나일스는 "지난 13년간 쉬운 돈을 공급해온 Fed가 이제 갑자기 거둬들이기 시작한다면 당신이 어디에 투자해야할 지 다시 생각해야한다. 많은 돈을 벌어들이는 밸류에이션 낮은 주식(가치주)이 투자해야할 곳"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기술주와 가치주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지만 어쨌든 작년 11월 초 개발 중인 백신의 예방률이 9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난 뒤 가치주들의 약진은 눈부십니다. 다우 지수에 속한 가치주들은 대부분 30~50% 올랐습니다. 반면 성장주, 특히 고평가 기술주들은 30~50%씩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루 밀러 글로벌마켓 애널리스트는 가치주가 성장주에 앞서는 이런 추세가 최소 3분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제 재개가 이제 막 시작됐다는 겁니다. 그는 금리가 정상 수준의 절반 정도인 만큼 아직 경기민감주도 오를 여력이 상당하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기술주 중에서 거대 기술주는 괜찮을 것이란 견해를 표명했습니다. 실적이 받쳐주는데다 이를 바탕으로 주가를 지탱할 자사주매입을 늘릴 것이란 얘기입니다. 최근 자사주 매입을 실시하고 있는 아마존은 이날도 주가가 반등했습니다.

이날 기술주 하락세에는 두 가지 요인이 더 추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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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일론 머스크로부터 불거진 비트코인 하락세입니다. 테슬라부터 스퀘어, 마이크로스트레티지, 코인베이스, 아크펀드에 이르기까지 비트코인에 노출된 주식들이 줄줄이 급락한 겁니다. 코인베이스의 경우 3.92% 내린 248.24달러로 마감돼 직상장(IPO) 당시 기준가보다 더 낮아졌습니다. 특히 장 마감 이후 12억5000만 달러 규모의 선순위 전환사채 발행 계획을 발표해 시간외에서 추가로 3% 가량 내리고 있습니다.

머스크는 전날 '테슬라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처분할 수 있다'는 한 트위터 사용자의 글에 '정말(indeed)'이란 댓글을 달아 비트코인 급락세를 유발했습니다. 이후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매도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분위기는 차가웠습니다. 그는 비트코인 지지자들과 온라인 설전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테슬라의 경우 이날 영화 '빅숏'(Big Short)의 주인공인 마이클 버리가 막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취한 게 드러났습니다. 버리의 사이언캐피털이 이날 신고한 13F 보고서(SEC가 1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투자자가 매 분기 말로부터 15일 이내에 보유지분의 변동사항을 보고토록 한 것)에서 지난 1분기 주식 80만주 이상에 상당하는 테슬라 풋 옵션 계약을 매수한 것으로 나타난 겁니다. 액수로는 5억3340만 달러로 그의 전체 포트폴리오의 40%에 달합니다. 풋옵션은 주가가 하락하면 이익을 얻는 만큼 테슬라 주가가 내려갈 것으로 보고 그야말로 ‘빅숏’을 한 것입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테슬라 하락+인플레에 베팅한 '빅숏' 마이클 버리

실제 테슬라는 지난 1월 사상 최고가인 900.40달러(장중)를 찍은 뒤 하락세를 타기 시작해 이날 2.19% 내린 576.83달러로 마감됐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테슬라 하락+인플레에 베팅한 '빅숏' 마이클 버리

버리가 기술주들을 모두 나쁘게 보는 건 아닙니다. 버리는 알파벳과 페이스북에 대해서는 콜옵션을 대거 매수했습니다. 알파벳은 8만주, 페이스북은 55만주에 해당하는 규모로 액수로는 1억6000만 달러가 넘습니다.

버리는 또 인플레이션이 급등할 것이란 데에도 막대한 베팅을 했습니다. 그는 지난 2월 바이마르식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바이마르공화국은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을 말하며 당시 막대한 전쟁배상금을 갚느라 매우 높은 인플레이션을 겪었음)

그는 20년물 국채 ETF(TLT 20+ Year TSY bond ETF)의 풋옵션을 사들이고, 국채를 공매도해서 돈을 버는 ETF(TBT 20+ Year Treasury Ultrashort ETF) 등에 대해선 콜옵션을 매수했습니다.

버리 외에 특이한 13F 보고서를 보면 소로스펀드는 아케고스캐피탈의 강제매매 사태로 가격이 급락한 바이아컴CBS, 바이두, 텐센트뮤직 등의 주식을 대거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빌황이 성장했던 타이거 글로벌은 로블럭스 주식 4040만주(26억 달러 규모)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날 기술주가 내린 두 번째 요인은 보기 드문 매도 리포트가 나온 탓도 있습니다. 증권사 네드데이비스의 롭 앤더슨 등 주식전략가들은 기술주에 대해 매도 의견을 내놓은 겁니다.

이들은 2월 중순 이후 횡보해온 기술주가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에 굴복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1970년대 초부터 CPI 수치가 전년대비 3.9% 이상 상승하면 기술주는 S&P 500 지수에 비해 매년 3.6% 포인트 낮은 수익률을 보여왔다는 겁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테슬라 하락+인플레에 베팅한 '빅숏' 마이클 버리

이날 S&P 500 지수는 4163.29로 끝났습니다. 이는 한 달 전인 4월19일 종가 4163.26과 거의 일치합니다. 지난 한 달간 '리플레이션 트레이드' 속에 기술주와 가치주간의 손바뀜은 활발했지만 지수 자체는 거의 변동이 없었던 겁니다. 이는 밸류에이션이 워낙 높아 쉽게 올라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가치주들도 상당히 주가가 높아져 팬데믹 이전보다 더 비싸진 주식들도 많습니다. 결코 싼 장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테슬라 하락+인플레에 베팅한 '빅숏' 마이클 버리

이날 UBS가 기존 목표치 4300을 4400으로 올렸습니다. 최근 크레딧스위스가 4300에서 4600으로, RBC캐피털마켓이 4100에서 4325로 올렸지만 이들은 대부분 글로벌 회사입니다. 미국계인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뱅크오브아메리리카 등은 기존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씨티그룹은 최근 상향 조정했지만 그 조정한 연말 전망치는 4000으로 현 지수보다 낮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말 ‘연말 S&P 500 지수의 목표치를 4300으로 유지하는 이유’를 설명하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4300이라면 지금부터 상승 가능성이 3% 밖에 없습니다.

골드만삭스와 UBS의 시각이 다른 건 기본적으로 기업 이익 전망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UBS는 S&P 500 기업의 올해 주당순이익을 기존 188달러에서 206달러로 올려잡았습니다. 2022년에도 기존 218달러에서 232달러로 상향했습니다. 이는 막바지에 달한 1분기 어닝시즌에서 S&P 500 기업의 86%가 예상을 넘는 실적을 신고한 데 따른 겁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S&P 500 기업의 올해 EPS 추정치를 기존 181달러에서 193달러로, 2022년에는 197달러에서 202달러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UBS보다 훨씬 낮습니다. 이에 따르면 올해 EPS 증가율은 전년대비 35%에 달하지만 내년부터는 2024년까지 매해 5%에 그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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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의 2022년 EPS 추정치가 UBS보다 낮은 건 올 연말께 조 바이든 행정부의 증세 가능성을 감안한 탓입니다. 데이비드 코스틴 수석 주식전략가는 "우리는 바이든 대통령의 증세안이 계획보다 낮은 수준으로 올해 말 의회를 통과될 것으로 가정한다. 법인세율은 21%에서 25%로 올라가고 무형자산을 통한 역외 소득에 대한 최저세율(GILTI)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투자자들과 대화하거나 펀드매니저들을 보면 이런 높아질 세율을 아직 감안하지 않고 있다. 이는 앞으로 2022년 EPS 전망치가 부정적 방향으로 수정될 수 있음을 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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